여성들의 사회참여의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신세대들에게 맞벌이부부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활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여자는 가정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가치가 지배적인 현사회에서
실제 맞벌이부부들이 겪는 어려움이 아직까지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영파일팀에서는 허원석(27) 채미정(24) 김영아(25)
정재용(26)씨 등 삼성물산의 신세대직원 4명을 초청, 맞벌이부부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들은 아직 미혼이지만 곧 결혼을 앞둔 사람들로서 맞벌이부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주위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얘기했다.

<> 허원석 =저는 기본적으로 맞벌이부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제 와이프가 계속 직업을 갖는다고 해도 적극 찬성할 거고요.

하지만 역시 일반기업체에 다니기보다는 약사라든가 디자이너 교사등
시간여유가 많으면서 전공이 뚜렷한 전문직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채미정 =저 역시 결혼 후에도 계속 직장에 다닐 생각입니다.

맞벌이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도 남성들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그대로 사장된다면 아까운 일이고 여성들의 성취욕도 매우 높고요.

<> 김영아 =저는 입사후 맞벌이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어요.

학교에 있을때만 해도 맞벌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까 가정생활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 것 같아요.

<> 정재용 =저같은 경우도 맞벌이를 무조건 찬성하기가 주저되는군요.

제 자신이 어머니가 교사였기 때문에 맞벌이부부 밑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자라면서 느끼기에는 우리현실에서 맞벌이는 매우 힘들다고 봐요.

<> 허원석 =맞벌이를 왜 하느냐는 이유를 보면 남자는 돈, 여자는
자아실현을 우선으로 꼽는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도 맞벌이를 안하면 빈곤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남자만 번다면 먹고살기 바쁘죠.

사회적 경제적 수준이 결혼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맞벌이를 하면 최소한 쓰고싶은것은 쓰고 살지 않겠습니까.

<> 채미정 =제 경우 경제적 이유보다 자아실현이 더 큰 동기예요.

집에서 놀면 심심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이 좋아요.

여러가지로 배우는 것도 많고요.

결혼해서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각종 정보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차단되고 싶지 않아요.

<> 허원석 =하지만 사회적으로 볼때 맞벌이로 생기는 부작용도
많지 않습니까.

일례로 최근 이혼율이 높아진데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것도
상당히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하던데요.

<> 김영아 =그건 부작용으로 볼 수는 없지요.

여자들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남편과 더이상 살기가 힘들어도
예전처럼 참고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때문이 아닐까요.

<> 채미정 =이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 맞벌이부부들에게 가사일과
육아등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 김영아 =저는 여성들이 제너럴리스트로 일할 것이라면 굳이 맞벌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일반대기업에서는 여자가 승진하기도 힘들고 맞벌이를 하다가도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스페셜리스트가 되서 확실한 전문분야를 가질때만이 여러가지 것들을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어차피 그만둘것 미리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 정재용 =저희 회사에 얼마전 보육원이 생겼지요.

부모들이 아이들을 아침에 맡겼다가 퇴근하면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불쌍하더군요.

모르는 사람들 손에서 그렇게 키우는 것은 싫어요.

부모님이 키워주신다면 모를까, 그런식의 맞벌이는 안하겠다는 생각입니다.

<> 채미정 =전 육아원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아요.

저희 회사 보육원을 보더라도 시설도 잘 돼있고 체계적으로 교육도
시키고 있고.

아기가 반드시 부모와 24시간 붙어있어야만 잘 크는 것은 아니잖아요.

<> 김영아 =여자들도 자아실현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에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반드시 직장에 다니는 것만이 자아실현의 길은 아니죠.

많은 희생을 무릅써가며 다닐만큼 직장이 최고의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 정리=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