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평] MBC, 3.1절 특집 '마지막 민족대표 암본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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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와 변절자는 정말 다른가.
역사속에서 잘못 평가된 인물의 처리는.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MBCTV가 3.1절특집으로 27일 밤11시에 방송한 다큐스페셜 "마지막
민족대표 암본정일"은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지, 역사란 어떤 것이고
자주독립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케 한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다큐는 33인의 마지막 생존자로 살아있는 동안 매년 3.1절 기념
행사에 참가한 이갑성 (1889~1981)씨의 행적을 밝히는데 촛점을 맞췄다.
이갑성씨는 생전에 국회의원과 초대 광복회 회장 등을 지내는 등
원로독립유공자 대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그가 실은 일본의 밀정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증거를 찾는다.
결국 그의 일본인 이름 (이와모토 마사이치)으로 된 명함 1장이
국가보훈처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고 나온다.
이갑성씨가 친일파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자료를 보여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관심을 끈 것은 친일파와 변절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관계자들의 주장.변절자는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이 관련부처 공무원의
설명이었다.
결국 제작팀은 명함을 TV화면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갑성씨가
창씨개명을 했으며 유령기업인 일만산업공사의 전무취체역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을 캐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갑성이 왜 변절했으며 어떤 종류의
친일활동을 했는지 밝히지 못했고 또 앞으로 역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못한 채 일회성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쳤다.
또 이갑성씨 유족들의 항변을 단순하게 처리한 측면도 엿보였다.
"역사속에 사라져 간 인물들의 숨겨진 이름과 행적을 찾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는 어느 독립유공자의 말처럼 역사의 이면을 드러내는 것은
자칫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프로그램은 왜곡된 역사는 언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같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
역사속에서 잘못 평가된 인물의 처리는.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MBCTV가 3.1절특집으로 27일 밤11시에 방송한 다큐스페셜 "마지막
민족대표 암본정일"은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지, 역사란 어떤 것이고
자주독립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케 한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다큐는 33인의 마지막 생존자로 살아있는 동안 매년 3.1절 기념
행사에 참가한 이갑성 (1889~1981)씨의 행적을 밝히는데 촛점을 맞췄다.
이갑성씨는 생전에 국회의원과 초대 광복회 회장 등을 지내는 등
원로독립유공자 대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그가 실은 일본의 밀정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증거를 찾는다.
결국 그의 일본인 이름 (이와모토 마사이치)으로 된 명함 1장이
국가보훈처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고 나온다.
이갑성씨가 친일파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자료를 보여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관심을 끈 것은 친일파와 변절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관계자들의 주장.변절자는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이 관련부처 공무원의
설명이었다.
결국 제작팀은 명함을 TV화면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갑성씨가
창씨개명을 했으며 유령기업인 일만산업공사의 전무취체역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을 캐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갑성이 왜 변절했으며 어떤 종류의
친일활동을 했는지 밝히지 못했고 또 앞으로 역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못한 채 일회성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쳤다.
또 이갑성씨 유족들의 항변을 단순하게 처리한 측면도 엿보였다.
"역사속에 사라져 간 인물들의 숨겨진 이름과 행적을 찾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는 어느 독립유공자의 말처럼 역사의 이면을 드러내는 것은
자칫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프로그램은 왜곡된 역사는 언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같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