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천주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은 이기정 주임신부 (사도요한.53)가
"만능사제"라는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컴퓨터와 어학 저술 사진 노래 운동까지 이신부가 갖고 있는 재능의
폭이 광범위할 뿐아니라 특출나기 때문이다.

컴퓨터분야에서 이신부는 교구안에서 "도사"로 이름이 나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구입해 조립한 펜티엄PC와 노트북을 이용, 인터넷과
홈뱅킹이용은 기본이고 취미인 사진과 아마추어무선 (HAM)을 더욱 윤택하게
즐기고 있다.

사진은 이신부의 빼놓을 수 없은 취미생활.

매월 한번씩 출사를 나가는 것 이외에도 "JPF (예수님의 사진친구)"란
사진동호회에 참가, 2백여명의 회원에게 정기적으로 촬영기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작품만도 현재 1만여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1만점은 70여권의 앨범에 담아 자선단체에 기증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수천점의 작품과 앞으로 내놓을 작품은 모두
스캐닝해 기록용CD에 담는다며 저녁마다 스캐닝과 편집작업에 여념이 없다.

HAM을 이용해 전세계 신도들과 시사와 종교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의 취미중 하나.

92년 취득한 HAM 자격증과 장비들이 그의 HAM 사랑을 말해주듯 방 한쪽에
보기좋게 놓여 있다.

여기에도 컴퓨터는 빠지지 않고 유용하게 쓰인다.

그는 PC통신의 HAM 동호회에도 가입해 최신 무선기술을 배우고 여러
방송국국장 (통상 HAM 장비를 갖추고 무선통신을 하는 이들을 국장이라
부른다)들과의 친분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호회에서 패킷통신 (컴퓨터를 이용해 무선통신으로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방법) 기술을 새로 배워 한번 시도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HAM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이탈리아어 일어 영어등 그의 어학실력이 탄탄하게 뒷받침돼 가능한
일이다.

그는 종교교육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70년대말부터 5년간 이탈리아에
유학했다.

이신부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도 이때.

각종 학사업무를 모두 컴퓨터로 처리하는 살레지안교육대학에서 그는
컴퓨터의 효율성과 필요성을 절감했다.

84년 귀국후 서울교구청에서 일하게된 그는 컴퓨터를 통한 "교구정보화의
선봉자"로 나섰다.

우선 용산에서 8비트 "애플II"를 구입, 간단한 신도관리프로그램부터
짜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신도관리프로그램과 회계관리 편지 공문발송프로그램들은
지금도 서울교구청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처음부터 교구 정보화운동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타이프라이터를 치우고 컴퓨터를 들여오자"는 그의 제안에 일부에서는
"정신병"까지 들먹였을 정도였단다.

일단 컴퓨터가 들어온 뒤에도 교구청 사람들이 무서워서 만지지 못하던
현상이 얼마전까지 계속됐다고 이신부는 회상했다.

이신부는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총동원해 신도들이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란다.

답십리 성당의 웅장한 골격을 설계하기도 한 그는 "신도들이 쉽게 자신의
방과 집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눠주고 싶다"며 "이것도
이웃과 주님을 섬기는 일중의 하나일것"이라며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을
지었다.

< 글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