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지역 주요국의 재무부및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외환 금융등 주요 거시경제문제들에 대해 협의하는
모임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지 않는 사실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 일본 중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등 6개국 관계자들이 다음달 4일
일본 도쿄에서 모여 출범하는 이 모임은 서방 선진7개국(G7)회의처럼 역내
국제금융시장에 멕시코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책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고도성장및 이 모임의 출범목적을 고려할때 앞으로
이 모임의 영향력은 당연히 커질수 밖에 없다.

이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모임이 있지만 회원국수가
18개국이나 되다보니 동질성이 없고 효율적인 의사결정도 어렵다는
설명에서도 이 모임의 중요성을 예측할수 있다.

문제는 왜 우리나라가 이토록 중요한 모임에 끼이지 못하게 됐느냐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에 국제적인 엔-달러시장이 없을 뿐만아니라
이 모임의 출범을 주도한 일본의 엔저 유도방침과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중국도 국제적인 외환시장이 없기는 마찬가지며 이 모임이
꼭 엔저만 꾀하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이같은 변명은 상당히 궁색하게
들린다.

그보다는 우리경제에 대한 대외신용도가 낮아지고 국내금융시장의
낙후에 따른 불신이 겹쳐 각국의 이해관계가 협의조정되는 이같은
모임에서 소외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라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모임의 참가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요즈음 우리경제는 말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력제품의 수출부진 때문에 지난해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한데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에도 별로
개선될것 같지 않다.

만일 올해에도 거액의 경상수지적자가 발생한다면 원화환율및 외환수급에
상당한 부담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보부도로 다시 한번 확인된 금융시장의 낙후및 관치금융의
병폐는 우리경제의 대외 신용도추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 한보대출 관련은행은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
(Moody)사로부터 "요주의"등급판정을 받았으며 이른바 "코리안 프리미엄"이
라는 가산금리를 물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 진출해있는 국내은행 지점들이 현지에서 한때 자금융통이
안돼 본점에서 5억달러가 송금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됐는 데도 관계당국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사안일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한보대출 관련은행들에 대한 엄포성 징계에서 또다시
무원칙 무책임을 드러냈고 재정경제원은 아시아-태평양 6개국모임에의
불참을 별것 아니라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이러니 국민들이 자신감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태수습의 첫걸음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