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은 약간 섹시한 외모와 지성, 또 만능 스포츠우먼의 멋들어진
언어행동 등이 젊은 남자들에게 신비스런 환상을 불러 일으켜 안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풍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의 약간 도탑고 부드러운 입술의 생김은 그녀를 더 없이 관능적으로
보이게 했고 작고 동근 입술로 말할때, 그녀의 허스키한 음성은 남자를
완전히 멍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지금 지코치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그녀의 그러한 매력 포인트가 남자의
마음을 유난히 끌고 있다는 것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녀가 샴페인을 시키고 치즈와 야채를 시킬 동안 멍청해져 아무래도
이 여자는 자기를 죽일 수도 있다는 아슬아슬한 환상에 빠져버렸다.

그는 여자를 육체적으로는 충분하게 아는 놈이다.

얼굴만 보고도 점수를 줄 수 있는 여체미학의 경험자인 그로서도 머리가
핑핑 돌고, 알딸딸하게 술이 아니라 그 여자의 섹시함에 취해버린다.

그 중에도 가장 주도적인 선입견은 그녀가 벤츠를 타는 여사장이라는
것이 특별한 마력이 된다.

그놈은 어디까지나 물질주의자이고 황금 만능주의자이므로 그가 그 이상
무슨 철학이나 판단 분석력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좋은 차를 타는 멋있고
섹시한 여자인 그녀가 여신처럼 보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지코치는 자기를 신사로 최고의 대접을 하는 그녀와 쟈니라는
디스코에 와서도 멍청한채 그녀가 추자면 흔들고 블루스가 나오면 그녀를
여왕처럼 껴안아 모시고, 향기로운 그녀의 조이향수 냄새에 취해 황홀해서
눈을 감고 입술을 부빌뻔 한다.

그러나 김영신은 결코 우스운 짓을 하지 않는다.

사교춤의 예의를 지켜 주먹 한개 들어갈 틈을 남기고 껴안고 돌면서
말없이 웃으면서 춤을 즐겼다.

그녀의 디스코는 아주 독특했다.

티나터너의 관능적인 몸짓을 닮은 그녀의 디스코는 쟈니 디스코테크를
완전히 석권했는데, 그녀가 블루스를 천하게 추지 않아서 그녀는 그날 밤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춤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들이 흔드는 것과 함께 먼 곳으로 빠져 나간다.

미스 리와 바람이 난 연하의 남편이 자기에게 미스 리와 결혼하기 위해
우리의 결혼을 끝내자고 선언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의식 같은 것을 모두
깡그리 잊게해주는 망각의 덕이 춤에는 있다.

그것이 바로 섹스중독이나 아편중독 알콜중독같이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중독증상은 아닌가? 하기는 모든게 지나치면 병일 것이다.

골프장에서 심장마비로 죽는 골퍼나 조깅중에 죽는 조깅애호가, 이 모든
운동의 해독은 확실히 병적이다.

신경정신과에서 이런 것을 중독증상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지나치는
것은 무엇이든 중독증상을 수반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이 세상에 상식보다 우월한 것은 없다.

상식은 모든 것에 앞선다.

아닐까? 사슴같이 곰살맞고 아름다운 남자를 품에 안고 돌면서 탱고의
정열적인 리듬에 취해 움직이면서 김영신은 지금 자기가 춤에 취해 있는
이 상태를 위해 돈을 아낌없이 던지면서 엔조이 하는 것, 이것도
학술적으로는 춤중독이 아닐까 언뜻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녀는 고급의 포도주와 마티니에 취해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서만 생각키로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