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정부의 기능이 국방 외교 치안 등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영역의 다양한 기능들이 정부의 몫으로 추가되고
있다.

그러나 "통상"은 정부의 전통적인 영역임과 동시에 현대의 새로운 영역
이라는 두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중요한 정부기능이다.

나는 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총무처에 근무하다 통상업무에 매력을
느끼고 이 분야 근무를 지원하게 되었다.

좀 더 어렵고 가치있는 일을 원했고 통상업무는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전문성 경험이 필요한 매력적인 임무로 보였다.

우선 통상은 국제경제의 틀을 짜는 일로 그 스케일러블한 업무영역에
매력이 있다.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고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까다로운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이행을 감시하여 국제규범에 위반된 불공정 무역조치의
시정을 촉구해야 하는 주도면밀한 업무도 통상관련 관리의 몫이다.

업무성격이 이러다보니 자연 국내외 경제규범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자질이 필요하게 된다.

국제법 국제무역 국제경제 등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영어의 "아와 어"
간의 뉘앙스 차이를 포착할수 있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도 필요하다.

세번째는 협상에 필요한 적극성 설득력 등의 자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통상은 자국의 이익을 다른 나라에 대해 관철시킬수 있는 대외적인 설득임과
동시에 이를 결집해내고 협상결과를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대내적인
설득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끈기와 적극성 지략으로 불리는 협상력의 요소들을 고루
갖춰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있을 때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비추어 분석한 국내
입장이 국제무대에서 그대로 반영될 때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통상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논리를 발전시키고
인간적인 교류를 나눌수 있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 면이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 기업체와 각기관들이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관행화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전문가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에서는 실력이
최고의 판단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국제회의에서 나는 한국대표단의 유일한 여성대표였거나 외국대표
들이 처음보는 한국 여성대표였다.

협상력에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사교력도 필요하다고 볼때 나는
오히려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외국의 여성외교관 여성국제변호사들과 쉽게
모임을 만들고 지속해나가며 인간관계를 다져갈수 있었다.

따라서 남자 일색인 통상분야에 능력을 갖춘 여성인력이 많이 확보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다양한 인력을 통해 다양한 협상력을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여성 개인으로서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단지 실력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준에 의해 평가받을수 있어 실력과 자질을 1백%이상 발휘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