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와 과학문명의 발다로 인해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계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별 생각없이 사용해 온 일회용품들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가 되고 있다니 이러한
현실이 괴리감을 갖게 한다.

일회용품들은 생활필수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
박혀있고 그 소재의 다양함과 첨단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의 주체인 가정과 기업 모두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절감해야 하며 특히 기업은 고도성장으로 인해 체격은 성인이
되었지만 사고방식은 사춘기 청소년처럼 미숙한 것은 아닌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생수 제조업체인 애비앙사는 시판되는 생수병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프라스틱 병을 아코디언 모양으로
만들었다.

다 마신 병을 누르면 1/5가량 줄어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유럽은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캔음료가 적고 병음료가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그것은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려는
힘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계는 생물이나 무생물이 공생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법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일회용품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제품이
우리의 생활속에 깊숙히 뿌리박혀 공생하는 한 그에 맞는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러기는 날아오를 때 날갯짓이나 발길질을 요란스럽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앉았던 자리를 어지럽히지 않으려는 배려에서이다.

기러기도 잠시 쉬었다가는 자리에 대해 배려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한번
살다 간 자리는 어떻겠는가.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제품 개발과 에너지와 자원 절약등에
효과가 높은 제품을 개바해 내는 것, 즉 환경에 적합한 제품의 개발만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는지..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