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은행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노동관서에 대학졸업예정자나 실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취업시즌이 끝난데다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자 많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기 위해 노동관서 취업창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기업체들은 주로 전문대졸 전문직을 구하는 반면 구직자들은
대졸자가 많고 대개 사무직을 원하고 있어 인력수급이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 소재한 대구인력은행의 경우 요즘 하루 평균
2백여명의 구인.구직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는 작년 7월 인력은행이 문을 연 초창기의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특히 오후 3~4시 무렵엔 한꺼번에 5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몰려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이곳에서 취업알선업무를 맡고 있는 김용도직업지도관은 6일 "취업시즌이
끝난 12월 중순께부터 구직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면서 "그러나 지역경제
침체로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이곳에 접수된 구직자는 구인자의 2배 수준인 2천여명에 달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4동에 위치한 서울인력은행에도 요즘 하루 2백명
가량의 구인.구직자들이 찾아와 취업정보를 수집하거나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김상일 직업지도관은 "서울에는 일자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언제나
구직자에 비해 구인자가 많은데 요즘엔 그 차이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인력은행의 경우 지난해 구직자 7천5백여중 51%가 사무직을
희망한 반면 구인업체들이 구하는 인력은 전문직 및 준전문직이 63%를
차지해 사무직은 구직난, 전문직은 구인난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인력은행을 찾은 전문대졸 이상의 구직자 가운데 전문대졸은
47%, 대졸은 52%인데 비해 기업의 구인요청은 전문대졸이 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졸은 21%에 그쳤다.

대학원졸의 경우 구직자는 63명에 달했으나 구인업체는 한 곳도 없어
고학력자 일수록 취업난을 겪었다.

광주인력은행에서는 올들어 약9백명이 구직을 신청한 반면 구인자는
6백50여명에 그쳤다.

특히 전문인력 (전문대졸이상)의 경우 구직자는 5백여명에 달한 반면
구인자는 약3백명에 그쳤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구인업체들이 종업원
30인미만의 소기업이어서 구직자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다.

이처럼 구직난이 심화됨에 따라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산출하는
구인배율 (구직자수를 구인자수로 나눈 수치)이 작년 12월 0.90을 기록,
93년9월 (0.73)이후 39개월만에 다시 1이하로 떨어졌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