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는 커지지 않는데 갈라 먹으려는 입은 늘어난다"

증권 빅뱅을 바라보는 증권사 경영진들의 푸념이다.

증권시장의 침체로 가뜩이나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정체 상태에 있는데
시장참가자들이 늘어나게 돼서다.

업계에서는 4월부터 설립될 소형 증권사들이 작은 몸집을 내세우며 수수료
인하경쟁에 불을 지펴 대형증권사들도 따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수수료는 현재 증권거래소가 정하는 한도(0.6%)내에서 증권사들이 자율적
으로 결정해 거래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는 주식매매금액 2억원이하시 0.5%(매도시 증권거래세
및 농특세 0.3% 추가), 2억원초과~5억원이하시 0.45%+10만원, 5억원초과시
0.4%+35만원으로 통일시켜놓고 있다.

외견상 자율화돼 있지만 사실상 담합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당국에서는 이처럼 담합구조로 돼있는 수수료 체계의 자율화를 이르면
상반기중 실질적으로 자유화하도록 강력히 유도할 방침이다.

<>한도를 폐지하고 <>거래소 신고제도를 완화하며 <>수수료 적용 매매규모를
좀더 세분화하고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간 수수료 차등화를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이렇게 해도 같은 요율의 수수료를 받으면 공정거래법에 걸려 실질적인
자율화 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증권사들의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을 보충해 주기 위해 부동산 대여업
등 증권사들이 인가없이 할수 있는 부수업무를 확대해준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재의 수수율로도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부수업무라 해봐야 1년에 20억원정도의 수익을 내는데 그칠텐데 출혈경쟁
에서 살아남을수 있겠는가"(D증권 N이사)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수수료 인하경쟁이 불을 보듯 뻔한데 수동적으로 끌려가기
보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선도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설 계획"
(김정태 동원증권 부사장)이라며 출혈경쟁에 뒤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동서 쌍용 동원 등 고객원장을 이관받은 증권사들은 신용만기와 이자율
을 차등화하고 있다.

또 홈트레이딩 등 서비스 차별화에도 나서고 있다.

수수료 인하경쟁에 앞서 서비스 차별화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수수료율의 자율화는 결국 증권사의 서비스질을 높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증권사를 도태하게 만들 것이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