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일어나지도 않는다./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실습없이 죽는다"

96년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쉼보르스카는 "두번이란 없다"는 시에서
인생의 일회성을 이같이 노래했다.

인생은 두번 흐르지 않는 강물.역류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러나 스스로 깨어있는 자만이 자신을 바꿀수 있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영국 뉴웨이브의 기수 대니 보일감독은 마약에 중독된 젊은이들을
통해 세기말의 비극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얘기한다.

그가 발견한 출구는 삶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선택".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가장 눈부셔야 할 청춘을 뒷골목과 눅눅한
지하실에서 보내는 다섯 남녀의 몸부림을 담고 있다.

제목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맞추는 게임용어.

혼돈으로 가득찬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가리킨다.

주인공 랜튼은 상황에 지배받기 쉬운 유형.

그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친구 식보이와 현실 도피적인 스퍼드,
자포자기한 소녀 다이앤 등과 함께 마약에 빠진다.

마약중독자가 아닌 벡비는 자기파괴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진짜 정신병자.

이들에게 내일은 없다.

"환각이 있는데, 다른 게 왜 필요해?"

이들이 주사를 맞는 장면이나 욕조 구멍으로 물이 빠지는 모습, 약에
취하는 과정, 붉은 색 카페트가 관처럼 내려앉는 화면 등 강렬한 영상이
시종 이어진다.

랜튼이 마약을 끊는 대목의 금단증세는 더욱 충격적이다.

오한과 구토 환청 비명 무기력.고통이 사라진 뒤에도 전쟁은 계속된다.

일자리를 구한 그에게 옛 동료들이 찾아오고, 범죄의 늪으로 끌려
들어가자 그는 마침내 "선택"의 의미를 깨닫는다.

마약에 찌든 과거와 혼돈뿐인 현실.

결국 그는 마약밀매 대금이 든 돈가방을 빼돌려 홀로 떠난다.

종착역이 어딘지는 그도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삶,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미래가 그곳에 있다고 믿는 때문이다.

( 22일 명보/롯데월드/동숭씨네마텍/명화/티파니 개봉 예정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