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 파장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건설업계도 연쇄부도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한보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하도급업체 뿐만아니라 중소규모 전문건설업계
전반으로 부도가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만 60여개의 전문업체가 넘어진데 이어 2월들어서는 하루
평균 3-4개정도의 중소전문업체가 쓰러지고 있다.

이같은 전문건설업체 부도는 예년의 2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한보쇼크"의 여파는 전문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자금력이 취약한 일반
중소건설업체에도 폭넓게 확산돼 지난달 20일 이후에만 천강종합건설(건축
도급순위 4백13위)을 비롯한 원우공양 오현공영 코멕스건설등 건축분야
중소업체들이 잇따라 부도의 비운을 맞았다.

이에따라 은행등의 특별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미 자금사정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한보관련 하도급업체및 중소건설업체들이 많아 내달부터 부도
파장은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의 부도이후 관련하도업체가 자체자금으로 견딜수 있는 기간은
자금사정에 따라 2-4개월 정도여서 한보부도시점이 지난달 23일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내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국내 상위권 기초공사전문업체로 17억원이 넘는 한보그룹 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I토건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전문업체들도 제1금융권에서 어음할인
등의 자금융통이 어려운 상태"라며 "2만개에 이르는 소형전문업체들은
대부분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소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는 일반 금융권은 물론이고 사채시장에서 마저
자금줄이 얼어붙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어음할인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음할인을 통해 자금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신용도가 높은 업체의 어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어음할인전문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최근의 어음할인률은 평소때보다 30% 가까이 높아져 연리
16%이상에 이르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중견건설업체들(2-3군업체)에게 받은 어음은 사채시장에서조차
꺼리고 있다.

극한상황에 몰려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어쩔수없이 끌어다 쓰기 위해서는
월리 2.5-3%의 어음할인률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한보와 직접 관련있는 1백50여개 하도업체는 현재 갖고 있는 어음은
종이조각으로 변한 것은 물론이고 은행을 통해 이미 할인받은 어음마저
되갚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 8-10월 사이에 할인받고 잊어버렸던 어음이 이제는
빚으로 돌아와 이를 막느라 일상 업무는 팽개쳐 버린 상태이다.

또 당좌거래가 재개된 한보철강 자금관리단에서 어음할인을 받을수 있다고
확인까지해준 어음도 은행에서 할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대형 건설업체들의 어음결제기간
도 늘어나고 있어 중소전문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건설업체의 경우 하도급대금 결제기간이 2개월정도에서 4개월로
길어지고 있다.

또 주택업체를 비롯한 중소업체로 내려갈수록 6개월짜리 어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