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기업의 국내 설비투자가 4년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그렇지 않아도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에 주눅든 국민 모두의 마음을
더욱 불안케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상산업부가 30대그룹계열 대기업 2백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설비투자계획 조사결과 국내설비투자는 38조8천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할 전망이다.

투자가 감소하기는 통산부의 공식조사가 시작된 93년이후 처음있는
일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너스 2.1%는 지난 80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같은 투자마인드위축은 최근 극도로 불투명한 국내의 정치.경제상황으로
보아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성장률 경상수지 실업률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터여서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더욱 크다.

국내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업의 해외탈출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2백대기업은 올해 전체투자액이 5.6%에 달하는 2조3천99억원을 해외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쯤되면 국내산업의 공동화우려는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국내설비투자가 이처럼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에 대해 통산부는
"일시적인 조정국면"이라며 별로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업들이 활발한 해외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만 봐도 국내투자기피가
경기대응차원의 투자조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국내투자기피는 중소관련업체의 연쇄적인 경영난과 고용불안
등을 야기해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구경만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첫째 임금 금리 지가 물류비용 등 생산수요의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기업의 "탈한국"러시는 까다로운 규제와 고생산비용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인만큼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각종규제의 과감한 철폐와 국내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둘째 안정되고 투명한 경영여건의 조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힘만으로는 적절하게 대처할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잇따라 터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마음놓고 신규투자를 계획할수
있겠는가.

셋째 기업의 해외투자열기를 선진기술습득의 기회로 활용하기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이유는
가격경쟁력확보(53.3%)와 시장확보(46.7%) 때문이지 기술습득을 위한
해외투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외투자를 막론하고 투자가 생산시설에만 집중되면 경기하강국면에서는
큰 곤욕을 치를 위험이 크다.

투자의욕의 고취도 중요하지만 "합리화투자"로의 유인이 더욱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