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고 민필호선생이 13일 모교인 휘문고 89회 졸업식장에서 개교
이래 애국지사로는 처음으로 명예졸업장을 받고 정식으로 졸업하게 됐다.

선생은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신규식선생의 사위로 윤봉길의사의
거사를 지원하고 김구선생을 보필했던 분.

1907년 휘문의숙(휘문중.고교)에 입학한 선생은 4학년 되던 1911년
일장기가 찍힌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며 졸업을 몇달 앞두고 학업을 포기한
채 중국으로 망명했다.

그래서 졸업장이 없었으나 86년이 흐른 지금 보훈처에서 우리학교출신
독립유공자찾기의 일환으로 학적부 등 각종 기록을 추적하면서 이 사실을
확인해 명예졸업장을 받게 된 것.

입학에서 졸업까지 9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중국상해로 건너간 선생은 독립사상단체인 동제사 한중연합단체인
신아동제사에 가입해 항일구국운동을 펼쳤고 임시정부가 국제적 승인을
받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임시정부 재무총장 이시영선생의 비서로 재직하면서 윤봉길의사의 거사
자금을 지원했고 임시정부주석 김구선생의 판공실장 겸 외무차장에 기용돼
임시정부의정원의원 주석판공실비서 등을 역임하면서 광복때까지 김구주석을
보필했다.

차남인 영백씨(54.민인터내셔널대표)는 "생전에 학교에 다니실 적 얘기를
간간이 들려주셨다"면서 "어느 분야에서든 으뜸이 되라고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아버님의 뜻을 기려 후학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학교
측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식에는 장남인 생존애국지사 영수옹(76)이 참석해 졸업장을 대신 받고
사위인 김준엽 전고려대총장과 각계대표, 졸업생 학부형 등 1천여명이
참석해 그의 독립정신을 기린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