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초 산업은행의 의뢰를 받은 한국기업평가(주)측이 한보철강의
장래사업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음에도 불구, 산업은행이 대출을
강행했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또 92년말 기술조사및 사업성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보철강측이 제시한 사업계획안만을 기초로 외화시설자금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감독원은 10일 산업은행에 대한 특검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은감원은 특히 당시 대출승인 결재라인에 소속돼 있던 개개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어 향후 이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은감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93년초 기업평가전문기관인 한국기업평가
에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성검토를 의뢰했다.

그러나 당시 한기평측은 "한보철강에 대한 기술조사결과 기술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2.3단계사업은 계획입안단계이고 1단계사업도
주설비 도입분을 제외하고는 기본설계단계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대출에 부정적 입장을 회신했다.

또 소요자금규모(8천3백86억원)와 한보철강측이 제시한 소요자금규모
(1조2천1백62억원)간 차이가 워낙 커 계획변경에 따른 소요자금의 대폭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은감원은 이와함께 산업은행이 92년말 한보철강에 대한 2천6백99억원의
1단계 자금지원에 앞서 한보철강의 기술조사및 사업성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보철강측이 작성한 사업계획안만을 기초로 외화시설자금대출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정확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에따라 당시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과정에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