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9일 "앞에 앉아만 있어도 위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며 받은 돈의 많고 적음보다 돈을 건넨 시기와 청탁받은 사람의
직위가 사법처리의 기준이 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현재 수사진행상황은.

"설 연휴기간동안 수사결과 밝혀진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적용가능한 법률
검토작업을 해왔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정치인 소환조사가 이뤄진다는 의미인가.

"일단 오늘 저녁까지 수사를 진행해 봐야 한다.

아직 소환통보를 한 정치인은 없다.

필요할 때 소환될 정치인의 명단은 얘기해 주겠다"

-권노갑.홍인길의원은 내일 소환하나.

"일단 오늘 저녁까지 수사해 보고 결정하겠다"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나.

"아직 내가 침통한 표정을 지은 적은 없지 않은가"

-정태수총회장의 구속만기일이 10일밖에 안 남았다.

시간이 촉박한 것 같은데.

"아직 10일이나 남지 않았느냐"

-(정치인의 경우) 돈에 대한 대가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하나의 참고사항이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수 없다.

돈을 준 사실은 같다고 하더라도 당시 돈을 건넨 시기와 돈을 받은 사람의
위치에 따라 법률적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압력행사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앞에 앉아만 있어도 위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돈을 주라고 노골적
으로 말해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실관계는 돈을 건넨 시기와당시 분위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정총회장의 진술태도에 변화가 있나.

"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거짓진술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정치인에 대한 소환은 은행장 소환때처럼 하루에 2~3명 정도로 할 생각
인가.

"수사효율성과 진척상황에 따라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돈을 받은 사람은 다 소환하나.

"일단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돈의 명목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정치자금은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

돈의 성격규명에 따라 소환여부가 결정되지 돈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92년 대선자금도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나.

"모든 정치자금을 뇌물로 볼 수는 없다.

일반적인 사항을 특정사건에 대입시켜서는 곤란하다.

순수한 정치자금을 받은 사람을 부른다면 전 국회의원을 다 불러야 하지
않나"

-돈을 주고 받은 것이 밝혀지면 돈의 성격을 규명해야 하지 않나.

"물론이다.

다만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소환이나 사법처리는 힘들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