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학들간에도 적자생존의 경쟁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전통과 유명세만으로는 도태되고 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당국이 우수한 교수진과 재정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의미에서 마크 라이톤 미 워싱턴대학장은 "대학 스스로가 차별화를
통해 우수한 교수진을 구성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는 등 면학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학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충분한 재정확보"라고 강조한다.

대학자체의 적극적인 변화로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앉아서
학생들이 찾아 오기만을 바라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지적한다.

로체스터, 케이스웨스턴 등과 함께 작지만 가장 우수한 대학의 하나로
꼽히는 워싱턴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근 내한한
라이톤교수와 본지 양봉진 정치.경제총괄부장과의 대담을 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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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들 및 대학교육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라이톤총장 =딱히 이거다라고 한가지로 꼽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엇보다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대학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동시에 일류대에 입학하고자 하는 상위급 학생들의 숫자도 점차 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워싱턴대의 경우 다른 대학들보다 경쟁력을 확보, 우수학생들의 입학률이
매년 20%정도씩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각 대학들은 우수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재정확충에 열을
올리는 추세입니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제한적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워싱턴대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워싱턴대 의대같은 경우 국립보건연구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데 지원
규모로는 전국에서 세번째 정도입니다.

향후 5년간 연방정부가 균형예산을 책정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재정
지원규모가 3분의 1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내용에서보다는 학교운용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행정상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교육내용상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없습니까.

<>라이톤총장 =물론 있습니다.

국제화교육이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국내 문제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각 대학들은 교육내용의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들이나 학부생들이 좀더 국제적인 시각을 갖도록 여러가지 교육
내용을 적용중입니다.

대학의 국제화, 이것이 하나의 테마입니다.

워싱턴대학이 주최가 돼 구성한 "아시아를 위한 국제자문위원회"가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 등 세계 11개국가들의 유명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와싱톤
대학의 국제화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외국어 외국문화 등을 교육내용에 포함시켜 외국기업 외국정부 외국대학
들과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결국 이들이 앞으로 미국기업에 입사, 외국기업과의 관계에 훌륭한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변화는 대학교육에 바로 첨단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대의 경우 최근 몇년동안 컴퓨터망을 구축, 각 강의실은 물론
기숙사 등 모든 대학시설들을 연결했습니다.

수강등록도 컴퓨터를 통해 가능하게 했습니다.

수많은 동문들과도 컴퓨터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의 적극적인 이용으로 첨단기술이 얼마나 교육을 발전시키고
지속시킬 수 있는지 인식하게 됐습니다.

-도서관운영체제나 도서관리에 인터넷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라이톤총장 =쉽게 말해 인터넷을 이용, 정보의 시장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대학도서관의 규모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장서로 학생들이나 교수
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느냐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고 용이하게 정보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느냐가 대학도서관의 경쟁력입니다.

대학도서관들과의 상호정보교류도 그만큼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책이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문학 미술 건축학 등 이용해야 할 원본자료들을 제공해줘야 하니까요.

물론 조만간 역사자료 및 경제학자료 모든 것이 디지털이미지화돼 언제
든지 이용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대학교육에 인터넷이나 온라인통신이용이 이젠 미국에서 보편화됐다는
말씀이신가요.

<>라이톤총장 =그렇습니다.

인터넷의 유용성에 대해 학생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직 인터넷이 보물섬인가 쓰레기장인가라는 혼란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터넷활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란 첨단기술을 교육에 적극 이용, 새로운 응용기술
발전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도서관의 신간도서구입비용이 점차 줄어들겠군요.

<>라이톤총장 =매일매일의 도서관운영비나 신간도서구입비용은 얼마정도
줄어든다고 보아야겠지요.

하지만 온라인통신비용등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정보사용비는 정보제공자들이 정하기 때문이죠.

-충분한 재정이 확보돼 있다고 할 때 대학의 최고 운영자로서 어디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겠습니까.

<>라이톤총장 =당연히 최고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워싱턴대학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신경학쪽입니다.

지난 20년간 신경학분야의 선두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신경과학
신경학 심리학 등의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 경쟁력을 한단계 높힐 계획
입니다.

인간두뇌연구의 경쟁력이야말로 대학경쟁력이라고 믿습니다.

하버드나 켈텍대도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재정확보나 교수진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워싱턴대학은 이 분야와 관련해 가능한한 보다 나은 연구실과 급여 등
모든 것을 우수교수들에게 제공할 방침입니다.

-인간의 두뇌연구에 역점을 둔다면 컴퓨터과학의 인공두뇌개발과도 관련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의학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인가요.

<>라이톤총장 =의학분야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신경학분야에서 워싱턴대는 하버드 존스홉킨스 예일대 등과 함께 미국 5대
명문대로 손꼽힙니다.

신경학이 곧 워싱턴대의 경쟁력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신경학외에도 투자유망분야가 있다면.

<>라이톤총장 =경제학 정치학 수학 등 순수학문분야입니다.

하버드 예일대와 같이 최일류 대학이 되려면 이런 분야를 전반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일류대학을 지망하려는 최상위급 고등학생들은 어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순수학문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이런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입니다.

결국 문제는 하버드나 예일대처럼 풍부한 대학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워싱턴대는 기부금적립규모면에서 미국 전역의 사립대중 여덞번째입니다.

지난 회계년도기준으로 기부금규모는 23억달러였습니다.

연간 대학예산은 8억5천만달러수준입니다.

미국대학들이 각 분야별로 차별화, 특화돼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MIT하면 공학, 켈텍하면 과학 등등.

워싱턴대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하버드대를 곧이 곧대로 복사하듯
모방하는게 아닙니다.

철저한 차별화입니다.

하버드보다 워싱턴대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역시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
있는 연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회학과 경영학의 연계, 심리학과 신경학의 연계 등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역사학과 미국문화연구의 연계도 그중 하나입니다.

-워싱턴대학은 지리상으로 맥도널 더글러스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자리한 세인트 루이스란 산업도시 심장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런 대기업들과의 산.학공동연구 등 상호협력관계는 어느 수준인지요.

<>라이톤총장 =두말할 필요도 없이 활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기업들 관계자가 워싱턴대학에 기꺼이 기부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대신 워싱턴대학은 이들 기업에 우수한 졸업생들을 배출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엔 워싱턴대 학생들중 90%가 근처 미시시피주 등 출신이었으나 이젠
다른 지역, 중국 한국 등 다른 국가 출신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런 출신의 졸업생들이 이 지역기업들의 미국내 타지역이나 해외진출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문가지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명문대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이 하늘을 찌르고 학생들의
입학경쟁이 가히 전쟁을 방불케합니다.

명문대입학과 졸업은 곧 사회적 명예획득과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할
정도로 인식돼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라이톤총장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뿐이라고 봅니다.

미국내에서도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명예나 자긍심 등이 대단합니다.

마찬가지로 명문대타이틀은 사회적 성공의 열쇠라는 인식도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하버드를 비롯한 유명
대학과 다른 대학간의 서열이 지난 수십년간 점차 좁혀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교육당국도 대학들간의 격차줄이기를 권장했습니다.

평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얘기
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수한 교수진이 우수한 학생들을 불러들인다는 정책
입니다.

교육당국이 다른 대학들도 유명대학들처럼 실력있는 교수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학의 지명도가 아니라 어느 교수가 어느 대학에서 잘 가르치더라
하는 인식이 자리잡히도록 말입니다.

따라서 교육분위기와 대학의 재정확보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유명대학들에 손색없는 연구시설로 면학분위기를 조성해가야 다른 대학
들도 경쟁력이 생길 것입니다.

-교육철학적인 면에서 엘리트위주의 교육을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평준화
교육을 지향하십니까.

<>라이톤총장 =후자쪽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따라올 수 있게끔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편입니다.

물론 각 개인마다 지능발달정도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도 평등한 교육을 통해 사회에 나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일궈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집중된 교육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이 바람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 텐데요.

<>라이톤총장 =교육이 대학 본연의 임무라는 중요한 사실을 미국 대학들은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놓고 연구할때 교수들은 학생들을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처럼 부릴 경우가 허다합니다.

학생들이 특정과목을 수강하고 싶어도 교수들이 잘 허용하질 않아요.

내가 주는 장학금을 받고 내 연구에만 몰두하라는 식입니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교수들의 연구에 참여하는지 연구활동을
위해 장학금을 받는지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어쨌던 학생들은 교수들과의 연구활동속에서 문제해결방식과 연구경험을
쌓아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은 다른 의미에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이기도 합니다.

또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단지 전문직이나 사회 및
사회조직에 충성하도록 교육시켜 왔습니다.

이들이 대학교육의 자체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했습니다.

스탠퍼드대의 폴 크루그만교수는 대학교육의 혁신보다는 사회적으로
경제학을 발전시킨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내적인 변혁에도 이들이 신경쓸 수 있도록 관행을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 정리=김홍열기자 >

[ 약력 ]

<> MIT공대 교수역임 (72년~95년)
<>플로리다주립대 화학과 졸업(69년)
<>캘리포니아기술연구소 화학박사학위취득 (72년)
<>현 워싱턴대 총장(95년 취임)
<>현 미 국방과학 연구협회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