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46)이 지난달 재선임됐다.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유치한 공으로 무난히 재선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협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사상처음 경선을 치렀다.

그는 무척 서운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대담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그런 문제를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으며 협회장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출신 국제정치학박사와 도쿄대 교환교수였다는 경력이
말해주듯 학구적이다.

그러나 월드컵유치경쟁에서는 오히려 일본측이 당황했을 정도로 뚝심과
집념이 대단하다.

월드컵유치에 실패했다면 자신은 물론이지만 가문에까지 비난의 화살이
쏠렸을 것이라고 말해 정씨 가문에 대한 대단한 무게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월드컵유치를 계기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그는 차차기 지도자감
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달 27일 호텔롯데에서 막 새 집행부를 구성한뒤 협회임원들이 동석한
가운데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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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영철 < 체육부장 > ]

-월드컵대회 준비는 잘 됩니까.

어떤 것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 정회장 =축구전용구장 건설이 가장 시급한 것 같습니다.

잠실 종합경기장은 축구장과 관중석이 너무 떨어져 있어 축구경기를 제대로
즐길수 없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축구가 국민들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투자에는 소홀히 했습니다.

지난 48년 정부수립이후 정부가 세운 전용축구장이 하나도 없는 것이
단적인 예죠.

-한국축구를 발전시킬 특별한 방안이 있습니까.

<> 정회장 =축구도 경제와 비슷해서 개방, 교류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발전
합니다.

나라마다 축구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해야 합니다.

국제경기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현재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이제는 우리도 유럽을 모델로 경제발전을 유도해야 합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죠.축구선진국인 유럽을 참고로 국내축구를 한단계 발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부에서는 월드컵유치에 대해 부정적 견해도 있습니다.

<> 정회장 =최근 우리사회의 현실은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게 사실입니다.

월드컵유치가 이런 노는풍조를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가 가져다 주는 긍정적측면도 생각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 정회장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겠지요.

88올림픽으로 얻게된 국제적인 인지도가 월드컵개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의 중심지라고 선전은 하고 있지만 "세계
교통의 오지"라는 것도 부인할수 없습니다.

역시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죠.

그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극동지역의 한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처럼 오지에 위치한 나라가 88올림픽을 치렀고 오는 2002년 월드컵도
개최한다고 생각해 보십쇼.

현재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선 한국이 월드컵개최지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측면에서도 88올림픽개최로 우리나라의 이름이 세계역사에 한줄을
넣게 되었고 월드컵유치로 또하나 추가하게 된 셈이죠.

한국을 알리는 홍보는 더이상 필요없게 됐습니다.

여기서 파급되는 경제적효과는 우리나라가 챙기기 나름이겠죠.

-월드컵유치활동을 벌이면서 어려웠던 점은.

<> 정회장 =월드컵유치활동은 지금 같아서는 포기했을 것입니다.

월드컵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돌아오는 화살을 생각해보니 끔찍하더군요.

"사기꾼" "거짓말쟁이"등의 비난이 저에게는 물론 집안까지 확대될 것이
뻔하지요.

사실 한국이 월드컵유치 활동에 들어간 것은 94년1월이었습니다.

뒤늦게 나마 월드컵 유치위원회를 발족시키자 체육회및 축구협회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이 3년전(실제 6년전)부터 FIFA회원국을 상대로 2002월드컵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렇다고 이를 일찌감치 포기해 월드컵개최가 일본으로 결정됐다면
21세기초의 한국의 지도자는 얼굴을 들고 다닐수가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사회가 2002년까지 정치적으로 리더십 부재라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결국 월드컵유치는 국가적인 대사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솔직히 월드컵 유치가 어렵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시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는 심정으로 덤벼들었습니다.

-일본과 협력은 잘 됩니까.

<> 정회장 =공동개최는 우리가 뒤늦게 월드컵 유치에 뛰어들어 얻어낸
성과입니다.

자존심이 상한 일본측은 우리에게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루기위해 우리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
하지 않습니다.

공격을 해서라도 일본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우리만 준비를 잘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우리 역시 공동개최에 대한 자세를 확고히 해야 합니다.

공동개최는 우리가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88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는 국민의식을 개혁함과 동시에 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행사는 올림픽에 버금가는 것으로 우리는 이 행사를 통해 21세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온 국민이 합심해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노력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축구협회장으로 재선될때 다소 잡음이 있었는데 서운하지는 않았습니까.

<> 정회장 =왜 서운하지 않았겠어요.

우리 옛말에 "빈집에 소가 들어오니 시끄럽다"는 말이 있는데 적당한
비유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축구발전을 위한 축구인들의 모임"이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이해합니다.

어차피 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면 충분히
화합, 한국축구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최근 일본판 뉴스위크지가 발표한 "97년을 움직이는 25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선정된 배경은.

<> 정회장 =월드컵유치결정을 앞두고 한일간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일때
일본언론은 나를 비방하는 기사와 보도로 열을 올렸습니다.

당시의 일방적인 비난을 사과하는 뜻에서 25인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웃음)

-부모님과 형제들은 자주 만납니까.

<> 정회장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부지런해야겠지요.

-자녀들은 일이 많은 가장에 대해 불만이 많겠습니다.

이해를 많이 해주는 편입니까.

<> 정회장 =저보다도 아이들이 더욱 바쁜것 같습니다.

한국적 교육풍토가 그렇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수 없는것 아닙니까.

(그는 2남2녀를 두고 있다)

< 정리 김형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