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내 대형 주차장들이 수지가 안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시작된 1.3호널 혼잡통행료 징수 여파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류값 인상, 지하철 5호선 개통 등으로 주차수요가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자로 공영주차장을 건설.운영하고 있는 선경건설 (세종로 주차장)
삼성건설 (종묘 주차장) 동부건설 (동대문주차장) 등은 늘어나는 적자로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영악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주차장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 92년 문을 연 세종로 주차장은 광화문 일대가 지하철 사각지대여서
자가용 이용객들로 근근히 운영을 해왔으나 5호선 광화문역 개통으로
주차손님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다.

선경건설 세종로 사업소 최한일 소장은 "손님이 너무 줄었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시에 돌려줘야 할때 (20년후)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종로 주차장은 월 정기권을 타 주차장보다 50%이상 싼 11만원에
파격적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주차장 이용 차량에 대해 경정비 세차
자동차검사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주차장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선경건설은 자구책의 하나로 남대문시장측과 협상을 벌여 시장을 이용할
경우 2시간동안은 무료로 주차토록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시장측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상인들과 손님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면서 상인들에게는
월 정기권을 8만원으로 할인해 주기도 했으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종로세운상가 앞에 위치한 종묘공원 주차장은 인근 종로 세운상가와
귀금속 센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동안 나름대로 수지가 맞았으나
현재는 평일의 경우 주차장의 절반도 못채우고 있다.

삼성건설 주차장사업부 박범석씨는 "유류값 인상, 혼잡통행료 징수 등
당국의 자가용 이용 억제 정책으로 손님이 30%이상 줄어들었다.

전 직원이 정기권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유인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묘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종묘주차장도 주차손님을 끌기 위해 주변 피카디리 단성사 피카소극장
이용손님에게 3시간에 한해 주차요금을 50% 할인해 주고 있지만 넓은
주차장을 채우는데는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동대문 시장을 이용하는 손님들로 북적대던 동대문지하주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소보다 3분의 1가량 손님이 줄어든 상태다.

이외에 도심내 유료주차장은 이들 공영주차장보다 요금이 더 비싸
주차장 불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윤준병 주차계획과장은 "도심내 주차장에 주차차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교통수요관리 대책이 드디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