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노사관계 지상토론회인 "노사포럼"을 계속합니다.

노사협력캠페인의 일환인 이 토론회는 매달 노.사.정 및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 새로운 노사관련 제도들과 고쳐져야할 노사관행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입니다.

첫번째 주제는 "단체교섭 이대로 좋은가"입니다.

< 편집자 >

========================================================================

[[[ 참석자 : 조한천 <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
공재기 < 한진그룹 이사 >
양병무 <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
이규창 < 단국대교수.경영학 / 사회 >

=======================================================================

<>사회 =먼저 교섭구조와 관련된 문제를 짚어보죠.

개별교섭과 공동교섭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조본부장 =지금의 개별교섭, 즉 기업별 교섭제도는 정부의 노동통제정책이
낳은 결과입니다.

산별체제하에서의 공동교섭행태가 80년에 기업별로 전환됐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운동이 임금과 근로조건 중심으로 매몰되고 말았습니다.

<>사회 =산별이나 공동교섭체제가 낫다는 말인가요.

<>조본부장 =우리가 해본 경험이 짧아 속단하긴 어렵지만 섬유나 면방을
예로 들면 공동교섭의 장점이 많아요.

물론 이들 산업은 80년대이후 사양화되고 있는 외부적 요인이 있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 사업장은 파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회 =사용자측에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공이사 =교섭은 상호신뢰가 전제입니다.

우리 그룹도 일부 사업장에서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단위 노사가 개별기업의 운영에 책임을 질 수도 없는 일이고 동종업계
라도 적자 나는 기업이 있어 형평성의 문제도 있는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개별교섭이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사회 =노동계는 공동교섭을, 기업은 개별교섭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에서 교섭관행의 변화가 가능할까요.

<>양부원장 =기업별체제가 산별교섭으로 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과거엔 저임금고성장이었지만 앞으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고임금저성장
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개별교섭을 하면서 공동교섭의 장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노.경총간 사회적 합의 같은 것이 그런 예이지요.

<>사회 =절충적인 대안인데, 기업별 노조기반 위에 장점을 살리는건
일본식이지요.

<>김교수 =방향은 같습니다.

<>조본부장 =경제가 양극화의 길을 가는한 공동교섭은 필요합니다.

교섭능력이 낮거나 지불능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공동교섭이 유리합니다.

<>사회 =교섭대상의 문제로 넘어가죠.

95년의 경우 노동계가 사회개혁문제를 들고 나왔지요.

이런 것도 대상이 될 수 있나요.

<>양부원장 =단체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교섭대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사회개혁이나 구속 노조원 석방 등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겁니다.

그런 문제는 노사협의회 등에서 논의해야할 문제이지요.

<>조본부장 =교섭대상으로 넣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이지요.

임금을 예로 들어 볼까요.

물가안정이 안되니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공이사 =단체교섭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노사간 마찰이 생기고
있습니다.

인사권도 교섭대상에 넣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 그런 예이지요.

개별기업에서 교섭을 하는데 30여가지를 협상하려면 얼마나 낭비입니까.

의무교섭사항과 비교섭대상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어요.

<>사회 =노조의 대표적인 요구가 경영권참여문제이지요.

<>양부원장 =경영참여 문제는 사실 뜨거운 감자입니다.

노동계는 참가를 독일식 공동결정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는
정보공개로 해석해 평행선을 그릴수 밖에 없습니다.

용어가 문제인데 이를 근로자 참여로 바꾸면 됩니다.

실제로 우리 기업은 많은 부분에서 근로자들에게 경영참여 기회를 주고
있어요.

<>조본부장 =노조가 경영참가를 하자는 건 일방적인 공동결정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산업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노사가 같이 의논해야 할 문제가 많이
생기고 그걸 같이 풀어가자는 겁니다.

<>공이사 =경영자들은 경영참여를 인사권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회사규정이 있고 그것을 지키는 과정이 충분히 합리적인 만큼 인사상의
요구조건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개진하면 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 =이런 문제는 역시 관행이 성숙되지 않았고 경험이 적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기업별노조, 독일은 산업별 노조인 만큼
교섭대상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요.

<>김교수 =노사협의회와 단체교섭이 각각 무엇을 다룰지에 대해 법에서도
명확지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 노사협의회에서 다루는 것은 단체교섭에선 취급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교섭권과 체결권 문제를 짚어보지요.

87년 이전에는 단체교섭에서 노조대표가 나와 사인하면 끝났지만 요사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섭결과를 놓고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하는 일이 많아졌지요.

<>조본부장 =교섭권과 체결권의 분리는 조합민주주의로 보아 주어야 합니다.

교섭을 끝내고 그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물어야 될 것이냐의 여부를 정관
이나 규정 회의에 따라 하는 것은 민주적인 절차입니다.

<>사회 =그러나 교섭기간이 너무 길어진 건 문제가 아닐 수 없지요.

87년 이전에는 평균 17일이었지만 요사이는 3달이나 됩니다.

<>양부원장 =교섭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체결권 교섭권이 분리돼서도 그렇고
교섭대상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이사 =교섭을 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검토해 봤습니다.

작년의 경우 하루에 끝낸 회사도 있었습니다.

노조가 모든 걸 회사에 일임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래 걸린 곳은 약 3~4개월이나 끌었지요.

원인은 체결권과 교섭권이 분리된 경우, 즉 교섭된 내용을 다시 찬반투표에
부치는 곳이었습니다.

<>사회 =그렇다면 동일산업 동일임금, 동일시점 동일임금이란 점에서 산별
노조가 괜찮다는 느낌입니다만.

<>양부원장 =소위 패턴교섭인데, 임금 하나만 보면 노조에 다소 유리한
측면도 있지요.

76~89년에 임금이 오른 건 인력이 부족해서 였지만 이후의 임금상승은
시장요인과 교섭력으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패턴교섭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시장요인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사회 =노조가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도 단체교섭기간이 길어지는 원인
아닙니까.

<>조본부장 =조합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책임지는건 노동조합의 사명
입니다.

단순히 선명성을 높이기 위해 그런건 아닙니다.

교섭기간은 줄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도 협상테이블에 앉을 땐 1차 제시안부터 현실적인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대화가 되는 겁니다.

<>사회 =임.단협 유효기간이 87년에 바뀌면서 각각 1년과 2년이 됐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할 시점에서 소모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본부장 =임금의 경우 매년 물가를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이니 해마다
그 보상을 위해 협상을 해야 합니다.

차라리 임금과 단체교섭을 분리해 하기 보다는 매년 통합해 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사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원화된 산별노조체제로 가는 것도 차제에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간의 불신이요, 관행의 미숙이라고 봅니다.

이걸 빨리 극복해 효율적인 노사관계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정리=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