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형구 전산업은행총재가 출국금지조치된데 이어 28일엔 신광식
제일은행장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우찬목 조흥은행장 장명선 외환은행장 등
5명의 주요 채권은행장들도 출국금지를 당해 이들 은행장에 대한 검찰조사도
불가피해졌다.

이에따라 이들 은행장이 과연 시중의 소문대로 "외압"에 의해 한보철강에
거액을 대출해줬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은행장들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출과정은 정당했으며
담보도 충분히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강업종이 예상외로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당진공장건설자금이
계획보다 많이 소요돼 끌려들어갔을뿐 외부로부터 대출압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들 은행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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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은 28일 압구정동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보
대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전혀 없었으며 은행내부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전행장은 제일은행의 대출이 특히 많았던 것은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6백억원의 결손을 떠안는 등 제일은행측으로서는 특별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한보에 대출을 결정할 때 외압은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정치인으로부터도 전혀 관련된 청탁이 없었다.

다른 은행장으로부터도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해당부서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집행된 것인 만큼 절차
에는 하자가 없다"

-한보가 철강 사업자가 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있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사업자였고 당시에는 은행들이 3억달러의
외화대출선을 구하기 위해 뛰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사정이 달랐다.

또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했는데 6백억원의 결손을 떠안고 인수한
것이어서 철강 사업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 김성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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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한보철강 당진공장건설 초기단계에 산업은행이 자금지원을 주도했다는데.

"전혀 그렇지않다.

1단계 대출은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과 협조융자형식으로, 2단계는
3개 시중은행과 함께 공동융자형식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공동융자는 개별 금융기관이 자기책임아래 결정하는 것이다"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산업은행이 약속한 3천억원을 지원하지않아
부도가 났다"고 얘기했는데.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우선 시설자금 3천억원에 대해 차입신청을 받은 적도 없다.

또 산업은행은 시설자금을 기성고에 따라 집행하는데 내가 알기로 추가
지원해줄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시설자금은 운전자금으로 전용해 쓸 수도 없는 돈이다"

-처음 한보철강을 지원하게된 동기는.

"철강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당시 상공부의 외화대출 적격업체추천과
지원협조요청이 있었다.

-한보철강에 대한 추가여신이 위험하다고 느낀 때는 언제였나.

"지난 연말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공동으로 대처해나가자는데
뜻을 모았었다"

< 조일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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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찬목 <조흥은행장>

-항간의 의혹에 대한 견해는.

"알려질 대로 알려졌는데 뭘 또...

기회가 있으면 충분히 소명하겠다"

-4개은행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1천2백억원을 지원하던 1월8일 처음만났다"

-정태수회장은 만난 적이 있는가.

"만난 적이 없다"

-산업은행이 대출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대출요청은 있었는지.

"없었다.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국가기간산업인데다 장래성도 고려했다"

-철강업이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궁금한데.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한국기업평가가 만든 철강산업에 관한 분석자료를
참고했다"

-한보에 대한 대출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는가.

"내가 전무시절때 이뤄진 일이라서 잘 모르겠다"

-왜 자금지원을 갑자기 중단했는가.

"제2금융권기관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자금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출과정에서 외부와 협조는 있었나.

"우리는 없었다"

< 하영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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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선 <외환은행장>

-처음 거래는 어떻게 시작했나.

"지난 94년말 강남역지점에서 한보철강의 신용장개설을 요청해오면서
2억7천만달러(2천억원)의 외화대출을 신청했다.

당시엔 한보철강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상황이었고 제일 산업은행이 이미 대출을 시작한데다 철강업의 전망도
좋다는 실무자들의 설명에 따라 승인했다"

-지난해 1천억원을 추가대출하는 등 그후 대출금이 4천2백억원으로 불어
났는데.

"기계가 들어온 상태였기 때문에 담보로 잡은 냉연공장을 완공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대출금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8일 대출해준 5백억원은 공장가동을 위한 원재료 구입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압력은 없었나.

"그런적은 절대 없었다.

행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거액대출에 대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한보철강이 어렵다고 느낀 것은 언제였는가.

"올초였다.

지난해에도 자금수급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자를 정상적으로 받고
있던 상태였다.

올초에는 어렵다고 판단, 추가대출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은행감독원 등 상부기관과 협의는 있었나.

"주거래은행을 통해 채권은행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업체를 부도처리할 때는 후속대책마련차원에서라도 관계기관에 연락
하는게 관행이다"

< 하영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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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구 <전 산업은행총재>

한보그룹 비리 의혹과 관련, 출국금지된 이형구 전노동부장관은 28일
기자와 만나 "산업은행 총재로 있을때 한보에 시설자금을 대출한 것은
정부가 한보철강을 외환적격업체로 선정, 공문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라며
한보대출은 정부차원의 자금지원이었지 산업은행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의 출국금지 조치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총재로 재직기간(90~94년)중 한보철강에 얼마나 대출을 해줬나.

"93년 시설재도입용으로 1천여억원의 외화대출을 해주었고 94년에 9백억
원의 일반대출을 해준 것을 포함해 2천여억원 가량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한보측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당시 중국과 수교로 철강경기 전망이 좋았고 대출액의 1백80%를 담보로
잡았다.

그당시의 한보와 부도가 난 지금의 한보를 비교하면 곤란하다"

-정치인이나 정부관계자로부터 대출압력은 없었나.

"산업은행은 철강 자동차 조선 등 국가기간산업체에 시설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주기능이다.

당시 상공부로부터 한보철강이 외환적격업체로 선정됐으니 대출을
해주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산업은행은 한보의 주거래은행도 아닌데 왜 주도적으로 대출을 해줬나.

"당시 주거래은행이던 서울은행이 한보그룹과 관계가 좋지 않아 돈을
끊었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대출을 요청했던 것 같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