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사태와 관련, 은행에 대한 "외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은행들에게 외압은 어떻게 행해지고 있으며 은행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금융계에서는 은행장이나 은행에 행해지는 "외압"의 형태를 <>직접 압력형
<>호가호위형 <>알아서 기는형 등 크게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 직접압력형 ="실력자"가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기업을 잘 봐주라"
든가 "특정인사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식의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유형
이다.

특정기업을 언급하면서 특정사안과 대출금액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모기업의 아무개가 행장을 찾아갈테니 한번 만나보시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은행장들에겐 충분한 압력이 된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전화를 걸어온 실력자가 누구냐에 따라 은행장들이 여신을 처리하는
정성과 속도는 차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보철강도 비슷한 유형으로 해석되고 있다.

<> 호가호위형 =기업체 사주가 실력자의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다.

즉 실력자가 직접 전화를 걸지는 않지만 기업체 사주가 "실력자를 만났더니
도와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면 은행장들은 이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도 이 방법을 종종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주로 거액이 아닌 소액대출에 많이 나타난다.

<> 알아서 기는형 =은행장이 거래처와 실력자와의 관계를 미리 짐작, 다소
무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알아서 여신을 해주는 경우다.

이 경우는 평소에 실력자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기업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여신이 승인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외압"은 본질적으로 은행장들이 소신이 없는 탓도
있지만 툭하면 은행장들을 중도에 몰아내는 정치권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게
주된 요인이라며 은행과 은행장도 "정치금융"의 또다른 희생양이라고 지적
하고 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