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무늬 테니스라켓으로 해외시장에 더 잘려진 웨이브엑스(WAVEX)의 유석호
사장(29)은 학창시절 수업을 빼먹고 테니스를 치러 다닐만큼 테니스광이었다.

"이 라켓은 스피드가 떨어지고 저것은 파워가 부족하고 이러이러한 라켓이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공상은 그의 머리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 테니스 라켓 수집이 그의 취미가 됐다.

"중국에서 공부하던 어느날 미래의 테니스장에 가는 꿈을 꿨습니다.

워낙 테니스 라켓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꿈에서도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라켓을 쓰는가에 눈길이 갔지요.

그런데 글쎄 테두리가 물결무늬로 된 라켓을 쓰고 있지 않겠어요"

물결무늬 테니스 라켓을 처음 생각한 그날을 유사장은 이렇게 돌이킨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귀국, 그 길로 국내와 미국 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그렇다고 유사장이 곧바로 라켓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우선 학업을 마치는데 두해가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성남의 유명한 "감초한약방"의 장남인 그가 부모님의 도움
으로 쉽게 사업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유사장은 말한다.

"부모님은 제가 의사가 되길 바라셨지요.

그래서 사업하는걸 반대하셨고 친척들이나 주위사람들에게도 제가 사업한다
고 손벌리더라도 일원 한푼 못 꿔주게 하셨죠"

당초 사업을 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능통한 중국어로 여행사를 차리고 약재유통도 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것이 밑천이 됐다.

특허를 출원한지 2년만인 지난 95년에 특허가 나왔고 그는 라켓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양한 테스트로 물결무늬 라켓이 일반 라켓에 비해 스피드와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얻은 그는 그해 6월 국내 유명 라켓업체 두 곳
과 국내특허사용 계약을 맺었고 자기 브랜드 "WAVEX"로도 국내외시장을 공략
하기 시작했다.

성공이 곧 잡힐듯했다.

그러나 마치 각본이 짜여지기라도 한듯 시련이 닥쳐왔다.

특허사용 계약을 맺은 업체 가운데 한일(주)이란 업체가 배신을 한 것이다.

성수기인 봄시장에 한일은 물결무늬 라켓을 반값으로 덤핑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로열티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당장 시장에서 제품이 밀려나기 시작했고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사장은 겁이 났다.

형사고발을 했지만 특허분쟁에는 닳고 닳은 한일은 1년 넘게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다니며 덤핑을 계속했다.

엊그제야 담당검사 지휘아래 한일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돼 일이 풀릴 것
같다고 한다.

대형업체의 노골적인 고사작전에도 불구하고 웨이브엑스가 버틸수 있었던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인기였다.

테니스 붐이 일기 시작한 중국쪽의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브랜드가 퍼지면서 수출주문이 잇따랐다.

유사장은 특허를 수백만달러에 넘기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으로 거절했다고 한다.

"편하게 살려고 했다면 부모님 슬하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테니스 라켓이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그는 같은 원리를 골프채에 적용하는
데도 성공했다.

드라이버의 헤드 바로 윗부분과 손잡이 바로밑에 물결무늬를 넣은 것이다.

시험결과 일반 드라이버에 비해 헤드의 뒤틀림이 적어 슬라이스나 훅을
크게 줄일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채 분야에서도 세계 제일의 골프채 메이커인 캘러웨이를 능가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그는 포부를 크게 가져본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