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낮 청와대에서 있은 김영삼 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총재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간의 4자회동은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단독처리에
따른 극심한 여야 대치정국을 겪은 탓인지 다소 서먹한 분위기속에서 추운
날씨와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을 주제로 가볍게 환담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청와대 본관 2층 오찬장인 백악실에 들어선 김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김
종필 김대중 총재 순으로 악수를 하면서 "오랜만입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두 김총재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

이어 김대통령은 두 김총재와 함께 백악실에 마련된 원탁에 착석.

김대통령의 오른쪽에는 김대중 총재가 왼쪽에는 김종필 총재, 맞은 편에는
이홍구 대표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

이날 회담장는 이대표가 제일 먼저 오전 11시40분께 도착했고 이어 자민련
김총재와 국민회의 김총재가 각각 오전 11시53분과 58분께 도착, 김광일
비서실장과 이원종 정무 이해순 의전수석의 영접을 받고 2층 오찬장으로
안내됐다.

먼저 도착한 자민련 김총재와 이대표는 2층 대기실에서 만나 청와대 본관
계단수와 골프 등산 등을 화제로 약 5분가량 환담했다.

야당의 두 김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김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노란봉투를 하나씩 지참.

<>.4자회동은 본관 백악실에서 특별메뉴로 준비된 갈비탕으로 오찬을 함께
하며 2시간여 동안 진행.

윤여준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뒤 김대통령으로부터 회담내용을 구술받아
보도진에 발표했는데 김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에
대한 국회재론을 포함한 여야간 핵심쟁점에 관한 대화내용만을 공개.

윤대변인은 오후 2시51분 기자실에 도착, "김대통령이 먼저 말을 하고 본질
문제에 대한 언급과 두 야당총재간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회담순서를 소개.

김대통령은 "국민을 편하게 하는게 정치가 할 일인데 오히려 국민을 더 불안
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분이 만나자는 제의
를 받아들였다"고 영수회담을 전격 수용한 배경을 설명한뒤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을 피력.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영수회담을 마친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를 소개하며 일성으로 "완전합의는 못봤지만 중요한 진전은 있다"고 밝혀
회담내용에 일부 만족하는 모습.

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시내 서교호텔에서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한광옥
총장 박상천 총무 정동채 비서실장 등과 구수회의에서 조율한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씀"을 토대로 김영삼 대통령에게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소개.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합의를 보려고 적극적인 편"이었다며 김대통령의
태도를 두번에 걸쳐 강조했으나 김대통령이 날치기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풀자"는 얘기만 되풀이 했다고 전언.

김총재는 국민회의 요구사항중 김대통령이 파업지도부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고 복수노조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데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고무된 표정.

김총재는 안경을 쓴채 회담내용을 소개하다가 배석한 정동영 대변인이
카메라기자를 위해 안경을 벗어달라고 부탁하자 "안경을 벗으면 글씨가
안보이는데..."라고 말하는 등 대체로 여유있는 모습.

김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많은 토론을 했다"고 표현했으며 야당 빼내가기
정치자금수수문제 부분에서 김대통령과 시각차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
하기도.

정동영 대변인은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이 한때 국회법을 무시한 "불법
문제"까지 국회에서 논의하는게 좋겠다는데 유의하고 있다"며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가 "불법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해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청와대가 날치기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대답할 순서"라고 언급.

김총재는 영수회담이 끝난후 이대표에게 "김대통령과 더 얘기하는게 좋겠다"
는 얘기를 했다고 정대변인은 부연.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영수회담후 당사로 돌아와 시종 어두운 표정으로
"결론이 없어 가슴아프다"며 고위당직자들을 대면.

박철언 부총재 등 고위당직자들도 이에 "할 말이 없다"며 침통해 했고
이정무 총무는 김총재의 기자회견도중 지하강당 천장을 향한채 눈을 감고
가끔 한숨.

안택수 대변인은 청와대측이 영수회담 결과를 악용, 야당이 국회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쪽으로 여론몰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편 국민회의측이 다소의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데 대해서도 보도진에게
"총재의 코멘트로 "결렬"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며 선명성을 강조.

자민련 당직자들은 "김대통령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독선과 독단, 오만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수 있다"며 "앞으로 남은 1년이 참으로 힘들 것"이라고
걱정.

이들은 특히 이구동성으로 "김대통령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이번 영수회담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노력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악용, 대대적인 대야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예견된 최악의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고 우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