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이후 나타난 노조파업 사태를 보면서 문제의 본질은 국민들의
의식구조와 사고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로자는 무조건 보호되어야 한다는 정서와 모두가 나라는 뒷전이고
힘겨루기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대변혁기에
놓여 있다.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회가 될수도
있고 후진국으로 뒤처지는 위기가 될수도 있다.
산업화시대가 규제와 보호의 시대였다면 정보화시대는 자율과 독립의 시대
이다.
정보화시대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라 할 만큼 변화가 너무 빨라 남의 말을
듣고 일할 시간이 없고 경쟁이 극심하여 남을 도와줄 수도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노동법 개정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은 날치기 통과와
관련한 적법성의 문제, 정리해고제, 복수노조 3년유예 등이다.
날치기 통과는 그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이미 잘못된 것이라는 판명이났다.
그러나 노동법의 내용이 크게 빗나기지 않았다면 절차상의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를 불러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질문해야 할 사항은 근로자(생산직과 사무직 포함)는 얼마나
보호되어야 하는가이다.
산업화시대는 근로조건이 비인간적일 정도로 열악했고 일자리도 많지 않아
해고를 당하면 먹고살기 힘들었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부당한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조결성의 필요성도 있었고,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근로조건이 많이 향상되었고 해고를 당해도
창업의 기회가 많아졌고 일자리도 많아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쟁이 심화되어 종신고용정책으로는 기업이 살아남을수
없게 된 것이다.
기업도 하나의 유기체로서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자기변신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근로자를 보호만 할 수 있는가.
산업화 시대는 근로자도 보호했고 기업도 보호했다.
이것을 철저하게 시행하여 도산도 없고 해고도 없는 사회가 사회주의 국가
였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의 종말은 무었이었는가.
얼마전 몽골을 다녀왔는데 몽골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의 잔재가 남아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길들여져
있고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개방이 되니까 경쟁력이 없는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해고를 노동자의 생존권이라는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생존을 위한 경영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및 은행들의 생산직 사무직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수준
과 각종 수당을 고려하면 단지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성과를 요구해야 할
때이다.
물론 우리는 노사관계를 대립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진정한 신뢰와 협력은 보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평가로
부터 나온다.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어야 하고,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잠재력이 개발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잠재력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자율과 참여에 기초를 둔 인간적
경영이 요구되고, 기업이 인간적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경쟁이
심화되어야 한다.
경쟁을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진입장벽 등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따라서 노사관계의 기초는 정부개혁이라고 볼수 있다.
정부는 경쟁을 심화시키기 위해서 규제와 보호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고
있는가.
한보철강 사태를 지켜 보면서 아직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파업으로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행정 경영
노동 등 전 분야에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때이다.
복수노조는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해당되므로 원칙적으로 상급단체뿐만
아니라 기업별로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맞물려 있는 것이 전임노조간부 임금지급 문제이다.
복수노조를 인정한다면 전임노조간부 임금도 중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자유와 독립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자유를 누리려면 독립해야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은 "프로 노동가 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뿐만 아니라 사무실 자동차 등 특권을 누리는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특권을 누리고 노조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것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일하고 퇴근 후에 노조활동을 하는 봉사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노조활동의 목표도 다양해져야 한다.
임금과 복지개선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종업원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아이디어를 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기본적인 것은 자율과 참여에 기초를 두고 노사신뢰를 끌어낼수 있는
인간적 경영이다.
이럴때 노와 사가 따로 없는 경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가능성으로는 근로자가 사장까지 될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연 학연 혈연에 의해서 특권층이 형성되어 기업내
정치가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성과에 의해서 평가받는 분위기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금도 입력(Input) 중심의 사고에서 출력(Output) 중심의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
변형근로제로 인해 근로자들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게 일하는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기 보다 얼마나 좋은 제품을 생산 했느냐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면 변형근로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GE회장 잭 웰치는 품질향상 여하에 따라 보너스를 가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것은 제품불량으로 인해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하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
이다.
지금같이 경쟁이 심한 때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 일했느냐 보다 얼마나 좋은
제품을 생산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통제하고 강요하는 시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시대
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립하고 투쟁하는 대신 대화하고 협력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투쟁이라는 힘겨루기로 집단이익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참여와
협력에 의해서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인가치창출보다 집단이기주의가 앞서는 경제는 멀지않아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는 근로자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특히 사법부의 노동관련 판결내용을 보면 그렇다.
변화와 경쟁으로 특징되는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자율과 독립의 원칙에
입각한 사고의 확립이 문제해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주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