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천명한지 이틀후 한 기업연구소는 서울의 도시경쟁력
이 세계30위로 창피한 수준이라는 조사자료를 내놓았다.

요즈음 금융개혁에 대한 논의가 봇물 터진듯 하지만 서울의 도시경쟁력과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길게보면 금융개혁의 종착지가 서울을 최소한 동아시아 금융중심지의
하나로 육성하는 것이어야 한다는데 이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한심한 도시수준을 외면한채 한국판 빅뱅을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일 것이다.

금융대수술을 처음으로 실행했던 영국을 보면 금융개혁과 도시경쟁력은
맞물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테면 빅뱅초기에 추진된 런던도크 재개발은늙은 시티(런던금융가)의
이미지를 일신하기위한 수많은 작업중의 하나였다.

당시 대처총리가 런던을 다국적문화와 세계시민들이 어우러지는 "월드시티"
로 재단장해야 빅뱅을 성공시킬수 있다고 한 말이 금융개혁의 기치를 든
청와대나 재경원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이제 런던시티 경쟁력이 월가와 맞겨룬다는 평가와 함께 싱가포르와
더불어 비즈니스하기에 가장 편리하고 외국인에게 스트레스를 가장 덜주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의아스럽다.

1세기에 걸쳐 세계의 금융중심이었던 런던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경쟁력의 재생에 들였던 공에 비추어 한국금융개혁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을 서울의 도시경쟁력 세계30위는 충격으로 와닿아야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개혁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마치 그 작업이 이 땅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무관심하다.

더욱이 세계 3대금융센터의 하나로 강력한 지역경제흡인력을 지닌 일본
도쿄가 서울의 지척에 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이 지경으로 내버려둔채 금융소프트만 뜯어고칠 경우
한국금융시장의 도쿄편입이라는 예기치못한 낭패를 당할지도 모른다.

명색이 OECD회원국이라면 이제 경제문제를 지역이나 도시경쟁력과 결부시켜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런 감각조차 없어 보인다.

이동우 < 국제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