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신한국당 대표의 16일 기자회견은 법안의 단독 기습처리 유감표명,
영수회담의 조건부 주선제의등 진전이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역시 그것으로
사태가 진정되리란 기대는 걸기 어렵다.

이미 노동계나 야권의 반향은 부정적이고 파업도 파상적으로 계속된다.

이 시점에서 정부 여당의 대폭 양보가 아닌 다음 누가 나서서 무슨 말을
한들 사태가 쉽게 진정될것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전면후퇴란 아무리 유연한 정권이라도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한마디로 노-사-정 모든 당사자가 공적 직책에 얽매인 흑백사고를 멈추고
나라를 위하는 양심으로 잠시라도 돌아간다면 문제해결의 길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그런 전제에서 다시 출발하지 않는다면 이대표의 국회 정상화, 영수회담
주선등 제안은 아무 권한위임도 없는 허언밖에 안된다.

실제로 각자가 잠시 양심에 물어보자.지금 하고 있는 나의 언행은 스스로
성찰할 때나 가족등 주변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느낄때 과연 선택의
여지없는 외곬의 옳은 길인가.

아마 그렇진 않을 수도 있다.

대안은 있으나 직책의 행동반경에서 미칠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한발짝 더 본질로 접근하자.

노동법개정 필요성이 무엇때문에 제기됐는가.

다른 것 모두 제치고 작년 경상수지 적자 2백30여억달러, 누적외채
1천억달러 돌파란 계수만으로 한국산업의 경쟁력이 위기에 놓였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쟁력약화 원인이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점에 국민합의가 이루어졌고,
기업의 임금부담 과중도 일인이라는 데도 이견은 없다.

문제는 그 대책의 의견대립이다.

정리해고 대체근로 복수노조유예 등 노동법개정이 긴요하다는 것이 기업과
정부측이고, 과하다는 것이 노동계측이다.

여기서 복수노조 문제는 OECD 가입조건이었다는 점이 갈수록 명백해져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밖의 조항에선 어느쪽도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배타적 논리를
세울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쪽이 더 급하냐에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충분한 토론과 타협이고 국회다.

날치기 통과에 뒤늦게 유감표명이 나왔지만 그런 중대한 의안을 새벽 6시,
단 6분에 단독 처리한 처사, 그것을 끝내 잘했다고 두둔한 처사는 한심했다.

그러나 여기선 양비론이 옳다.

야권이 어찌 그런 중대사에 대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국회개의만
물리적으로 방해하다가 기습당한 것을 정당화한단 말인가.

이는 최선으로 봐도 무능, 나쁘게는 표잃을까 알면서 눈감은 비양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면서 파업을 진정시키기는 커녕 가두행동에 나서 결국 파업을
북돋운다면 그런 정당이 어찌 정권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인가.

대치상황에서 이런 내분은 의외의 위난을 부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