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13일 노동계의 파업사태와 관련, "정부여당은 그동안
수없이 고통분담을 외쳤으나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결과가 거의 없었다"
며 "여당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정말 노동자와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
을 보여줘야 노동자들이 이해하고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이날 명동성당으로 찾아온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에게 "여당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리수를 써가면서 노동법을 통과시켰으나 국가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의 삶의질 향상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이어 "국회의원들이 승용차라도 작은 것으로 타고 다니는 등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해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정부는 정부대로, 노동계와 야권은 그들대로 각자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며 "대국적 경지에서 경제를 살리기위해 모두가 한발짝씩
물러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대표는 "경제는 때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대량 실직이나
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법을 통과시켰다"며 "하루속히 국회 대화를 회복시켜
모든 문제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어 "경제적 어려움이 노사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닌 만큼
균형된 감각을 갖고 근로자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등 총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며 "정치권이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쯤 김문수 의원 이완구 비서실장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은 이대표는 민노총 관계자들이 "노동악법 철회하라"를 외치며 성당진입을
저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대표는 이날 민노총의 권영길 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의했으나 민노총측이
<>노동법 백지화 <>파업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방침 철회 등 2개 요구사항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대화가 권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