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기고] '한국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박승 <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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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상대졸
<>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조사역
<> 중앙대교수.정경대학장.대학원장
<> 금융통화의원
<> 국제경제학회장
<>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 건설부장관
<> (현) 중앙대 교수
=====================================================================
우리경제는 지금 실업을 바탕으로 하는 도약기를 지나 완전고용 사회의
성숙기에 접어 들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청소년기를 지나 장년기를 맞이한 셈이다.
우리경제가 고임금사회에 들어 섰다는 점, 소득 1만달러의 고개를
넘었다는 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됐다는 점등은 그러한
전환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경제난은 그러한 성장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성숙기에 나타나는 성장환경변화는 성장감속화 현상이다.
성장을 감속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특히 두가지를 지적할수 있다.
첫째로 실업인구가 많을 때에는 경제성장이 새로운 고용증가와
고용노동력의 생산성 증가라는 두가지 힘이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이끌어진다.
그러나 완전고용점을 지나게 되면 고용량의 증가는 정지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고용된 노동력의 생산성 증가에서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장비용의 상승현상이다.
성장비용으로는 물류비용등 사회간접비와 임금이 특히 중요하다.
경제가 도약기를 지나게 되면 교통.환경.주택.교육.의료.휴식공간등
이른바 생활공공재의 부족문제가 심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이들
사회간접비가 급상승하게 되며 인력부족으로 임금도 크게 오르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나라든 이러한 전환기에 감속조정의 진통을 겪게 된다.
성장의 감속, 승진의 감속, 재산증식의 감속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룩한 나라일수록 그 골은
깊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60년대까지 9.5%씩 성장해오다가 완전고용점에 도달한
70년대에 와서는 성장률이 5%로 꺾였으며 아르헨티나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한바 있다.
이웃나라인 싱가포르와 대만은 무난히 이 고비를 넘기고 있다.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물가와 국제수지가 안정된 위에서
6~7%의 경제성장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이른바 안정균형 성장시대로
연착륙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선진화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구조전환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 잘못 되고 있는가.
먼저 성장감속을 최소한으로 막고 경제활력을 지속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란 바로 경제의 틀을 저비용.고저축.고능률 체제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임금안정 금리인하 근면노동 그리고 생산성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임금은 지난 10년동안에 4배이상 올랐고 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근로자는 3D업종을 기피하고 기업의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래서 뭘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경제"가 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오늘의
불황경제이다.
다음으로 성장감속에 맞추어 당연히 욕구도 줄여야 한다.
지난 날의 9% 성장시대에서는 공급능력을 키워 만족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욕구자제를 통해서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성숙사회의 균형감각이다.
그런데 기업의 팽창욕구, 개인의 생활욕구.승진욕구.재산증식욕구 등은
예나 다를바 없다.
그래서 우리경제는 버는것 보다 항상 쓰는것이 더 많은 경제가 돼 있고
따라서 적자경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전환기적응에 실패하고 있는데는 정치민주화와
대외개방이라는 2가지의 외생적 요인이 경제 감속단계에서 맞물려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는 가속장치와 제동장치가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도 그러하다.
그런데 노태우정권이후의 민주화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제동장치가
무력화된채 욕구분출과 집단이기 그리고 무질서로 치닫고 있다.
권위주의적 제동력이 제거된 상태에서 시민적 제동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정책은 정치우위, 인기우선, 정권임기를 의식한 근시화등으로
경제관리능력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한편 경제개방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겠지만 그것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소나기식으로 밀어 닥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농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부분의 제조업을 심각한 도산위기에 몰아넣고
있으며 수입개방에 따른 가격파괴와 과소비는 국제수지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오늘의 경제난은 이러한 요인들의 복합적 산물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불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두말할것도 없이 근본적인 치유책은 고비용.저능률.고욕구의 관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공법이지만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길을 우회하여 불황에 따른 성장둔화.실업증가.
인플레등의 문제들을 외채를 빌려서 덮어왔다.
지난해 경제성장 6.9%, 물가 4.5%, 경상수지적자 2백20억달러, 그리고
외채 1천억달러라는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을 뒤집어서 지난해 외채를 더 지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경제
성장률은 5%대에 그쳤을 것이고 물가는 6%이상 올랐을 것이며 기업도산과
실업문제는 견딜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그래서 경상수지적자는 매년 곱절씩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언제까지나 이처럼 빚으로 문제를 호도하며 꾸려갈수 있는가.
만일 빚으로 덮어 갈수 없다면 구조적 불황에 따른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노출될 것이 아닌가.
여기에 문제가 있다.
새해 우리경제는 바로 그러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참으로 어려운 해가 될것이다.
과연 우리는 새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여기서 잠시 경기대책의 방향에 관한 원론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경제가 불황일때는 확대부양정책을 쓰고 호황일때는
긴축감량정책을 써서 경기를 평준화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때 확대부양정책이란 구체적으로 통화팽창, 재정지출확대, 환율인상
(평가절하)등을 말하며 긴축감량정책이란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수요부족으로 인한 불황, 즉 생산은 잘되는데 소비가
적어서 생기는 불황의 경우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의 증상은 경제불황이 물가하락과 국제수지흑자를 수반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불황은 생산비가 올라서 생기는 고비용불황, 즉 소비쪽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의 채산성이 없어서 생기는 불황이다.
우리는 이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이러한 불황은 인플레와 국제수지적자를 수반하게 된다.
만일 이런때 경기부양정책을 쓰게 되면 물가는 더 오르고 국제수지는
더 악화되며 고비용구조는 더욱 심화되게 된다.
이런 경우 근본치유를 위해서는 긴축정책을 써서 불황속에서 내핍과
감량조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 국제수지와 물가 그리고 고비용
구조는 치유되지만 기업경영과 실업문제에 미치는 고통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현실정책은 이 두가지를 조화하는 정책의 중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근본문제를 치유하는 내핍감량정책이 중심이 되고
그 방향에서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정책을 보완하는 구도로 짜여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지난80년에 경제성장 마이너스2.8%라는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예산동결조치등 과감한 내핍감량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결과 물가가 3%이내로 안정되고 여기에 "엔"고가 가세하여 86년이후
고도성장속에서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를 쌓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뒤 민주화열풍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무절제한 욕구분출과
노사분규 그리고 정치우위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는 경쟁력이 약화돼
90년대초의 불황을 자초한바 있다.
이러한 불황의 고통을 겪으면서 고비용.고욕구에 대한 국민적인 자각이
일어나고 이에따라 임금과 노사관계도 안정을 되찾고 국제수지도 흑자로
반전되고 있을때 93년 새 정부가 들어섰던 것이다.
마땅히 새 정부는 내핍정책을 좀더 밀어붙여 땀흘려 일하는 풍토를
호소하고 고비용.고욕구의 관성을 단절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이른바 "신경제"는 성급하게 경기부양책으로 선회했으며 이때문에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능률.고욕구라는 근본문제는 전혀 치유되지 않은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 경제의 근본문제는 정치민주화와 개방의 바람에 밀려
근시적이고 현실안주적으로 대처해온 경제관리능력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고
볼수 있다.
우리는 새해에도 똑같은 길을 되풀이 해가야 할 것인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다스리지 않고 외채로
덮어가는 정책은 이제 작년까지로 끝내야 한다.
이제 고비용.저능률.고욕구라는 근본문제를 하나 하나 공략해 나가야
한다.
우선 가계에서는 임금을 묶어 두어야한다.
지난 10년동안에 4배나 올랐으니 이제 몇햇동안은 쉬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노사가 함께 침몰할 것이다.
기업은 감량과 합리화를 단행해야 한다.
부동산도 처분하고 경비도 줄이고 사장실크기도 줄이고..그리고 정부도
실행예산을 짜서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픔과 고통을 줄 것이다.
실업이 늘고 도산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길 밖에 없다면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내핍감량정책이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경직돼서는 안된다.
경기대책은 정공법에 진통정책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앞에서 지적한바
있다.
정부는 경제의 실상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서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대비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과 가계가 감량의 고통을 견딜수 있을 만큼 그 속도와 방법을
조절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금융의 지나친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에서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대외개방문제도 신축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해 경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향은 너무 안이한것 같다.
정부는 새해에 경제성장 6.5%, 소비자물가 4.5%, 경상수지적자
1백5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행등 다른 연구기관들의 예측치를 보면 대체로 경제성장 6.0~6.5%,
물가 4.5~5.0%, 경상수지적자 1백50~2백억달러이다.
모두들 새해에도 빚으로 문제들을 덮어가는 구도를 내 놓고 있다.
정부의 경기대응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경제의 그림이
달라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예측치들은 큰 의미가 없다.
모두들 새해에도 정부가 지금까지의 정책한계를 넘을수 없으리라는 것,
더구나 새해에는 선거가 있는 해이니 만큼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내핍감량정책은 선택할수 없으리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내놓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국제수지 문제에 보다 단호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
지난해 경우에도 당초 정부가 예측한 경상적자는 60억달러에 불과했는데
결과적으로 2백2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점에서 경제성장률을 더 내리고 국제수지적자를 더 줄여야 한다.
국제수지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이것은 새해 경제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문제를 국제수지에 좁혀보기로 하자.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정책수단으로는 환율인상이라는 가격정책과
내핍정책이라는 구조조정 정책이 있다.
환율쪽을 선택하게 되면 성장에는 보탬이 되지만 물가를 올려 고비용
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내핍정책쪽을 선택하게 되면 물가안정과 고비용구조의 치유에 보탬을
주지만 경제성장을 희생해야 한다.
바람직한 길은 내핍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환율정책은 보족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의 불황은 그 골이 깊지는 않아 견딜만 하지만 오래가는 만성적불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해는 그 밑바닥이 될 것이다.
그 밑바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지의 한계 때문에 불황의 고통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해가
될것이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핍과 감량의
고통을 격으면서 고비용.저능률.고욕구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선진화를 향해
새출발하는 한해가 돼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 서울대 상대졸
<>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조사역
<> 중앙대교수.정경대학장.대학원장
<> 금융통화의원
<> 국제경제학회장
<>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 건설부장관
<> (현) 중앙대 교수
=====================================================================
우리경제는 지금 실업을 바탕으로 하는 도약기를 지나 완전고용 사회의
성숙기에 접어 들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청소년기를 지나 장년기를 맞이한 셈이다.
우리경제가 고임금사회에 들어 섰다는 점, 소득 1만달러의 고개를
넘었다는 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됐다는 점등은 그러한
전환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경제난은 그러한 성장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성숙기에 나타나는 성장환경변화는 성장감속화 현상이다.
성장을 감속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특히 두가지를 지적할수 있다.
첫째로 실업인구가 많을 때에는 경제성장이 새로운 고용증가와
고용노동력의 생산성 증가라는 두가지 힘이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이끌어진다.
그러나 완전고용점을 지나게 되면 고용량의 증가는 정지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고용된 노동력의 생산성 증가에서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장비용의 상승현상이다.
성장비용으로는 물류비용등 사회간접비와 임금이 특히 중요하다.
경제가 도약기를 지나게 되면 교통.환경.주택.교육.의료.휴식공간등
이른바 생활공공재의 부족문제가 심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이들
사회간접비가 급상승하게 되며 인력부족으로 임금도 크게 오르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나라든 이러한 전환기에 감속조정의 진통을 겪게 된다.
성장의 감속, 승진의 감속, 재산증식의 감속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룩한 나라일수록 그 골은
깊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60년대까지 9.5%씩 성장해오다가 완전고용점에 도달한
70년대에 와서는 성장률이 5%로 꺾였으며 아르헨티나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한바 있다.
이웃나라인 싱가포르와 대만은 무난히 이 고비를 넘기고 있다.
지금 우리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물가와 국제수지가 안정된 위에서
6~7%의 경제성장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이른바 안정균형 성장시대로
연착륙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선진화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구조전환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 잘못 되고 있는가.
먼저 성장감속을 최소한으로 막고 경제활력을 지속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란 바로 경제의 틀을 저비용.고저축.고능률 체제로 바꾸는
것, 다시 말해서 임금안정 금리인하 근면노동 그리고 생산성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임금은 지난 10년동안에 4배이상 올랐고 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근로자는 3D업종을 기피하고 기업의 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래서 뭘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경제"가 되어 있고 이것이 바로 오늘의
불황경제이다.
다음으로 성장감속에 맞추어 당연히 욕구도 줄여야 한다.
지난 날의 9% 성장시대에서는 공급능력을 키워 만족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욕구자제를 통해서 만족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성숙사회의 균형감각이다.
그런데 기업의 팽창욕구, 개인의 생활욕구.승진욕구.재산증식욕구 등은
예나 다를바 없다.
그래서 우리경제는 버는것 보다 항상 쓰는것이 더 많은 경제가 돼 있고
따라서 적자경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전환기적응에 실패하고 있는데는 정치민주화와
대외개방이라는 2가지의 외생적 요인이 경제 감속단계에서 맞물려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에는 가속장치와 제동장치가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도 그러하다.
그런데 노태우정권이후의 민주화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제동장치가
무력화된채 욕구분출과 집단이기 그리고 무질서로 치닫고 있다.
권위주의적 제동력이 제거된 상태에서 시민적 제동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정책은 정치우위, 인기우선, 정권임기를 의식한 근시화등으로
경제관리능력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한편 경제개방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겠지만 그것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소나기식으로 밀어 닥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농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부분의 제조업을 심각한 도산위기에 몰아넣고
있으며 수입개방에 따른 가격파괴와 과소비는 국제수지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오늘의 경제난은 이러한 요인들의 복합적 산물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불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두말할것도 없이 근본적인 치유책은 고비용.저능률.고욕구의 관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공법이지만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길을 우회하여 불황에 따른 성장둔화.실업증가.
인플레등의 문제들을 외채를 빌려서 덮어왔다.
지난해 경제성장 6.9%, 물가 4.5%, 경상수지적자 2백20억달러, 그리고
외채 1천억달러라는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을 뒤집어서 지난해 외채를 더 지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경제
성장률은 5%대에 그쳤을 것이고 물가는 6%이상 올랐을 것이며 기업도산과
실업문제는 견딜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그래서 경상수지적자는 매년 곱절씩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언제까지나 이처럼 빚으로 문제를 호도하며 꾸려갈수 있는가.
만일 빚으로 덮어 갈수 없다면 구조적 불황에 따른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노출될 것이 아닌가.
여기에 문제가 있다.
새해 우리경제는 바로 그러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참으로 어려운 해가 될것이다.
과연 우리는 새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여기서 잠시 경기대책의 방향에 관한 원론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경제가 불황일때는 확대부양정책을 쓰고 호황일때는
긴축감량정책을 써서 경기를 평준화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때 확대부양정책이란 구체적으로 통화팽창, 재정지출확대, 환율인상
(평가절하)등을 말하며 긴축감량정책이란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수요부족으로 인한 불황, 즉 생산은 잘되는데 소비가
적어서 생기는 불황의 경우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의 증상은 경제불황이 물가하락과 국제수지흑자를 수반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불황은 생산비가 올라서 생기는 고비용불황, 즉 소비쪽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의 채산성이 없어서 생기는 불황이다.
우리는 이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이러한 불황은 인플레와 국제수지적자를 수반하게 된다.
만일 이런때 경기부양정책을 쓰게 되면 물가는 더 오르고 국제수지는
더 악화되며 고비용구조는 더욱 심화되게 된다.
이런 경우 근본치유를 위해서는 긴축정책을 써서 불황속에서 내핍과
감량조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 국제수지와 물가 그리고 고비용
구조는 치유되지만 기업경영과 실업문제에 미치는 고통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현실정책은 이 두가지를 조화하는 정책의 중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근본문제를 치유하는 내핍감량정책이 중심이 되고
그 방향에서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정책을 보완하는 구도로 짜여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날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지난80년에 경제성장 마이너스2.8%라는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예산동결조치등 과감한 내핍감량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결과 물가가 3%이내로 안정되고 여기에 "엔"고가 가세하여 86년이후
고도성장속에서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를 쌓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뒤 민주화열풍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무절제한 욕구분출과
노사분규 그리고 정치우위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는 경쟁력이 약화돼
90년대초의 불황을 자초한바 있다.
이러한 불황의 고통을 겪으면서 고비용.고욕구에 대한 국민적인 자각이
일어나고 이에따라 임금과 노사관계도 안정을 되찾고 국제수지도 흑자로
반전되고 있을때 93년 새 정부가 들어섰던 것이다.
마땅히 새 정부는 내핍정책을 좀더 밀어붙여 땀흘려 일하는 풍토를
호소하고 고비용.고욕구의 관성을 단절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이른바 "신경제"는 성급하게 경기부양책으로 선회했으며 이때문에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능률.고욕구라는 근본문제는 전혀 치유되지 않은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 경제의 근본문제는 정치민주화와 개방의 바람에 밀려
근시적이고 현실안주적으로 대처해온 경제관리능력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고
볼수 있다.
우리는 새해에도 똑같은 길을 되풀이 해가야 할 것인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다스리지 않고 외채로
덮어가는 정책은 이제 작년까지로 끝내야 한다.
이제 고비용.저능률.고욕구라는 근본문제를 하나 하나 공략해 나가야
한다.
우선 가계에서는 임금을 묶어 두어야한다.
지난 10년동안에 4배나 올랐으니 이제 몇햇동안은 쉬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노사가 함께 침몰할 것이다.
기업은 감량과 합리화를 단행해야 한다.
부동산도 처분하고 경비도 줄이고 사장실크기도 줄이고..그리고 정부도
실행예산을 짜서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픔과 고통을 줄 것이다.
실업이 늘고 도산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길 밖에 없다면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러한 내핍감량정책이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경직돼서는 안된다.
경기대책은 정공법에 진통정책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앞에서 지적한바
있다.
정부는 경제의 실상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서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대비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과 가계가 감량의 고통을 견딜수 있을 만큼 그 속도와 방법을
조절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금융의 지나친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에서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대외개방문제도 신축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해 경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향은 너무 안이한것 같다.
정부는 새해에 경제성장 6.5%, 소비자물가 4.5%, 경상수지적자
1백5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행등 다른 연구기관들의 예측치를 보면 대체로 경제성장 6.0~6.5%,
물가 4.5~5.0%, 경상수지적자 1백50~2백억달러이다.
모두들 새해에도 빚으로 문제들을 덮어가는 구도를 내 놓고 있다.
정부의 경기대응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경제의 그림이
달라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예측치들은 큰 의미가 없다.
모두들 새해에도 정부가 지금까지의 정책한계를 넘을수 없으리라는 것,
더구나 새해에는 선거가 있는 해이니 만큼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내핍감량정책은 선택할수 없으리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내놓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국제수지 문제에 보다 단호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
지난해 경우에도 당초 정부가 예측한 경상적자는 60억달러에 불과했는데
결과적으로 2백2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점에서 경제성장률을 더 내리고 국제수지적자를 더 줄여야 한다.
국제수지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이것은 새해 경제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문제를 국제수지에 좁혀보기로 하자.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정책수단으로는 환율인상이라는 가격정책과
내핍정책이라는 구조조정 정책이 있다.
환율쪽을 선택하게 되면 성장에는 보탬이 되지만 물가를 올려 고비용
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내핍정책쪽을 선택하게 되면 물가안정과 고비용구조의 치유에 보탬을
주지만 경제성장을 희생해야 한다.
바람직한 길은 내핍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환율정책은 보족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의 불황은 그 골이 깊지는 않아 견딜만 하지만 오래가는 만성적불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해는 그 밑바닥이 될 것이다.
그 밑바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지의 한계 때문에 불황의 고통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해가
될것이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핍과 감량의
고통을 격으면서 고비용.저능률.고욕구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선진화를 향해
새출발하는 한해가 돼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