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통상환경은 UR후속협상타결과 환경 노동 등 이른바 신통상이슈
관련 다자간 무역규범논의의 본격화로 특징지어질 전망이다.

또한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지역주의의 확산과 함께 중국등 거대신흥
시장에 대한 미국의 쌍무적 통상압력이 한층 거세져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국제통상기류는 올해로 3세가 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선도하고
있는 진정한 무역자유화라는 커다란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먼저 UR후속협상인 기본통신서비스협상과 금융서비스협상이 올해 각각
재개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국내외 시장개방 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사업기회가 늘어
나는 동시에 경쟁의 강도도 그만큼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통일원산지규정 제정협상, 우회덤핑방지규정 제정협상 등 UR후속
협상의 조기타결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또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WTO 각료회담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정보
기술협정(ITA) 체결을 향한 발걸음들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 4월쯤에는 2000년까지 2백2개 정보통신제품의 관세 철폐를 목표로 하는
ITA가 주요국들간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각국간 신통상이슈를 둘러싸고 포괄적이며 심층적인
논의및 협상이 활발히 전개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회의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신통상이슈중 노동 부패 등의 이슈가
정식의제로 채택됐다.

특히 정부조달 결정시 투명한 절차와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부패라운드"의
경우 다자간 협정을 만들기 위한 실무작업반을 설치키로 결정,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국제규범이 탄생하게 됐다.

환경등 여타 이슈는 비록 정식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둘러싼 선진국들의
압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개도국들은 반대 또는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만일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진.개도국간 갈등이 불거져 올 세계
통상환경을 어둡게 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또 이러한 신"라운드" 출범으로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늘어나고 보다 엄격한
수출기준이 적용되는 등 경영환경의 일대변혁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는 지역경제통합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리라는 것이 대부분 통상
문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90년대들어 지역주의의 빠른 움직임이 감지됨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우려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7~95년사이 GATT와 WTO에 통보된 1백21개 지역무역협정중 45개 협정이
90년이후에 출범한 것만봐도 지역주의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잘 알수 있다.

지난 95년 한해에만도 12개의 새로운 지역협정이 통보됐다.

유럽연합(EU)이 99년을 목표로 한 화폐통합을 더욱 가시화하는가 하면 APEC
가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열린 각료회의및 정상회의를 통해 마닐라 실행
계획(MAPA)을 채택함으로써 역내 무역자유화를 향한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각 회원국들의 개별실행계획 등을 포함하는 MAPA는 올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밖에 동남아연합의 자유무역지대(AFTA), 북미 유럽간 범대서양자유무역
지대(TAFTA), 유럽 남미간 자유무역지대(EU-MERCCSUR FTA)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각 경제블록들이 과거와 달리 배타적 성격을 최소화
하면서 다른 경제권과의 결합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주의가 반드시 무역자유화에 역행한다고 단정할수 없다.

이처럼 다자주의와 개방적 지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올해 미국의
쌍무적 통상공세는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거대신흥시장들을 상대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제2기 클린턴행정부는 시장잠재력과 성장속도가 빠른 거대신흥시장을 효과적
으로 공략하기 위해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단독 통상압력및 시장개방전략은 한계가 있으며 특히 일본 EU의
무임승차로 연계된다는 인식이 대두됨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한국을 담당하고
일본에 동남아시장 개방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또 EU는 중남미 개방을 책임지는 등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외교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경제적 실리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통신 금융 등 서비스분야에서 미국기업들에 의해 시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한국은 우선적인 대상국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WTO 분쟁해결기구를 통한 개도국들의 대응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이같은 쌍무적 통상압력은 무역전쟁의 양상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또 중국의 WTO 가입이 예상되고 있어 세계무역체제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레나토 루지에로 WTO 사무총장은 싱가포르회의에 앞서 중국의 WTO 가입이
멀지 않았음을 언급한바 있으며 최근 중국의 한 고위관리도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규모가 연간 2천8백억달러로 세계 11위권에 진입한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으로 보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홍콩의 중국 반환도 세계무역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홍콩의 장래에 대해 단정적 전망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되는 홍콩의 기능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홍콩반환을 계기로 중국의 시장경제 이행이 가속화되고 중화경제권의
중요도와 위상이 제고되면서 한국으로서는 더욱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대부분 통상전문가들은 WTO가 국제교역의 "경찰"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감
에 따라 올해 국제통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미국 유럽 등 세계경제의 안정성장에 힘입어 각국의 수입수요가 늘어
나면서 세계무역이 지난해 위축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무역신장률은 지난해 6.7%보다 0.7%포인트 높은 7.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