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재활용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재활용 폐기물이 약 78만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분하면 고철과 캔등 금속류가 27만t, 종이류가 20만t, 유리병류가 12만t,
플라스틱류가 16만t, 기타 3만t등이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해보다도 약 20% 증가한 양이다.

재활용폐기물의 적체는 재생업체의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96년 하반기부터 어려운 여건에서도 버린 것을 재자원화하여 환경보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긍지를 가지고 사업하던 재생업체들이 다수 도산하였다.

재활용폐기물이 적체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경기 하강으로 인한 제강.제지.제병 플라스틱 재생업종의 가동률저하
에 따른 수요부족이다.

두번째는 재생원료와 경쟁적인 관계인 신재(Virgin material)의 가격하락
으로 재생원료의 수요가 격감하면서 가격 또한 폭락하는 것이다.

같은 가격이면 원료로서 신재를 사용하지 재생원료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세번째는 재생제품의 판매저조로 인한 수요 감소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재생제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신재를 원료로 만든 제품이 재생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영세기업의
재생제품의 가격과 비슷하니 자유경쟁시장하에서는 재생업체가 버틸수 없다.

이러한 불황시에는 민간 재생업체들은 경영수지 악화로 재생원료 또는
재생제품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사업을 포기한다.

그러나 재활용폐기물의 공급측인 지방자치단체는 폐기물의 종량제시행과
함께 재활용가능 폐기물의 분리수거제도를 중단할 수 없다.

폐자원재활용은 시민들의 분리배출, 지자체의 분리수거, 재생업체의 재생
원료생산 및 재생제품 생산, 재생제품의 소비자구매에 이르기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리와 같아서 경기호전땐 잘 운영되다가 갑자기 어느
한곳에서라도 병목현상이 일어나면 재활용체제는 마비되는 것이다.

요즘같이 쓰레기 소각이나 매립방법이 인근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의 통로가 막혀버리면 쓰레기전쟁의 발발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제 새해벽두부터 정부가 나서서 폐자원재활용의 물꼬를 터야 한다.

우선 재활용 폐기물의 구매.비축이다.

구매 비축을 통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가격의 안정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두번째는 재생원료의 최소가격보장이다.

이를 통하여 분리수거자와 재생원료 가공업체에 최소한의 이윤을 보장해
줌으로써 사업의욕을 유지시켜 줄수가 있다.

세번째는 재생제품의 가격경쟁을 유지시켜 주기 위하여 재활용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재생사업자들은 신재를 원료로 한 제품보다 적절히 가격을
낮춤으로써 경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결수단을 시행하려면 상당한 정부예산이 소요되는 바 이는
쓰레기 종량제이후 최종처리 대상의 쓰레기량이 줄어듬에 따라 절감되었을
쓰레기운송비와 처리비 예산을 재활용사업부문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플라스틱류의 경우 매출액의 0.7%씩 내고 있는 폐기물부담금도
예치금으로 전환하여 폐플라스틱류의 재활용실적에 따라 그 비용을 환급해
주는 제도로의 개선이 시급하다.

최주섭 < 한국발포스티렌재활용협회 상무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