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만원이다.

아니 초만원이다.

이제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는 공룡이 되었다.

면적 6백8평방km에 천백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살고있다.

이렇게 좁은 땅에 이렇게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도시는 지구상에 서울
밖에 없다.

또 지구상에 이렇게 빨리 성장한 대도시도 없다.

이런 과밀도시의 교통문제를 풀 무슨 묘책이 있겠는가.

70년대, 80년대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이 늘어나던 서울의 인구증가가
90년이 넘어서면서 주춤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 주변의 수도권지역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교외화,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전입하는 사람보다 이제는 서울에서 주변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진 것이다.

사람 뿐이 아니다.

대학교 공장 기업체등이 차차 서울을 떠나 주변도시로 옮기고 있다.

선진국의 대도시는 이미 20세기 초부터 광역화돼 왔다.

가령 런던의 경우 1939년에 이미 인구가 9백만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6백7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뉴욕도 1950년경에는 8백만명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7백만명 조금 넘는다.

대신 주변 도시가 이들을 흡수하면서 유기적인 광역생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수도권과 도쿄권의 성숙도를 비교해 보자.수도권과 도쿄권의 성숙도를
비교해 보자.

수도권에는 반경 30km이내에 수도권 인구의 80%가 살고 있다.

그러나 도쿄권에는 같은 지역내에 57%의 인구가 살고 있다.

서울의 경우 30km만 벗어나면 미개발지가 많은데 비해 도쿄는 반경
1백km까지를 도쿄영향권으로 본다.

서울의 인구도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서울에서 신축 가능한 주택수를 감안하여 서울의 인구수용능력을 따져보면
9백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비유를 하자면 잔이 넘쳐 흐르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넘치는 물을 아무렇게나 흘려버리기 보다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즉 서울 중심으로 돼 있는 공간구조를 다핵화하여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사람과 기능을 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미래사회는 광역도시사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과적인 교통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외화는 교통의 발달에 비례해 왔다.

특히 대도시와 인접 생활권을 엮는 전철망이 갖춰져야 한다.

현재 서울 주변지역에서 서울로 통근 통학하는 사람이 95만명, 서울에서
주변지역으로 역통근이 52만명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서울 시계를 통과하는 차량대수가 하루 2백40만대에 이른다.

이들이 매일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에서 이리저리 밀리고 있다.

새로운 도로가 뚫려도 며칠 지나면 똑 같은 상태가 된다.

서울 주변 도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은 서울사람들보다
몇배 더하다.

과거 3,40분이면 족하던 통근길이 한두시간으로 늘어났다.

선진국의 대도시치고 전철망이 완비되지 못한 도시는 없다.

영국 런던 주변에는 지하철 이외에 3천2백 의 전철망이 있다.

일본 동경에도 3천km의 전철망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지하철, 광역전철 이외에 "알이알"이란 도심 관통
지하전철이 있다.

지금 서울에는 곧 완공될 5호선까지 포함하여 지하철이 2백18km이다.

그런대로 구색을 갖추었다.

그런데 수도권 전철은 1백78 에 불과하다.

74년 경인선과 경수선이 개통된 이후 답보상태였다가 안산,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가 세워지면서 개발이익의 일부를 지원받아 조금씩 확장해
온 것이다.

대도시의 교통망이 지하철 중심으로 짜여져야 하듯 대도시권의 교통망은
광역전철이 중심이어야 한다.

도로만으로 대도시권의 엄청난 교통처리를 할 수 없다.

십여년 전만 해도 서울과 주변지역의 통행은 95%가 버스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절반이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때문에 도로는 아무리 확장해도 끝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울의 지하철은 비교적 재정사정이 좋은 서울시가 주관이돼 중앙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추진해왔다.

오피니언 메이커가 많이 사는 서울의 교통문제가 급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광역전철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철도청 소관이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입장에서 신규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

경기도도 재원을 거론할 입장이 못됐다.

결국 광역전철은 몇번 거론만 되고 미아가 돼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에서 수도권 전철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경인선, 중앙선 일부노선의 전철 복선화가 검토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서울을 순환하는 순환전철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 건설교통부에서 마련한 안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은 계획을 세우고 재원을 분담하는 일이 간단치않을
것이다.

서울, 경기도, 중앙정부 그리고 해당 시군이 모두 저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과천선이나 분당선에서 보았듯 지하철과 전철을 연결시키는 문제도
복잡하다.

도로망 계획은 물론 버스노선과의 조정도 고려돼야 한다.

막힘없이 흘러가야 하는 교통관련 일들이 관계기관간의 이견으로 꼬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일을 조정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교통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