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27일 긴급회장단 회의를 열어 내놓은 성명은 노돈법 개정안의
변칙처리로 흥분해 있는 노동계를 일단 끌어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의 직후 내놓은 성명서의 요지가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도 있지만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의 무절제한 활용의 자제 <>인력개발 투자확대와
열린 경영을 통한 노사신뢰회복 등에 무게를 더 실여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동안 파업참가 근로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대체인력 투입, 직장
폐쇄 등도 불사하겠다던 경영계가 일단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연중 가장 바쁜 연말에 조업차질을 빚는 것도 문제거니와 파업분위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노사관계가 연초부터 악화일로를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경총이 내년 중으로 "고용조정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도 근로자들을
안심시키고 생산현장에 복귀시키기 위한 카드로 분석된다.

이는 곧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약속인 셈이기 때문이다.

조남홍 경총부회장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제 등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회장단의
이런 말 자체가 "근로자를 중시하는 경영자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배 경총정책본부장도 "정리해고의 경우는 부도 직전에 몰리거나
경영상의 이유가 급박한 기업이, 그것도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사실상 회사원들이 우려할 필요는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경총 회장단이 성명을 통해 변형근로제로 인한 기존 소득의 감소가 발생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노동계 끌어안기란 점에선 같은 맥락이다.

실제 해당되는 기업은 15% 이하에 불과하고 그것도 한달에 4시간분 임금만
이 감소될 뿐이지만 그것도 경영계가 앞장서서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총은 노동계에 유화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이것이 파업에 대한 묵시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눈치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각 회원사들로 하여금 지난 6일 30대그룹 노무
담당임원회의에서 마련한 대응지침을 철저히 지키게 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그렇다.

사용자도 이번 노동법개정안에 1백% 만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날 회장단 회의에선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정리해고제가
무슨 실익이 있느냐" "변형근로제를 노사합의로 도입키로 한다면 이 문제로
단체협상을 도대체 몇번이나 더 해야겠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는게
경총 관계자의 전언이다.

어쨋든 재계는 이날 경총 회장단 회의로 일단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노동계
의 파업사태에서 한발을 뺀 셈이다.

"노정분규"를 "노사분규"로 비화시키진 않겠다게 경영계의 의지다.

경총이 "제3자"의 입장에서 노총등을 상대로 파업 중지 설득작업에
돌입키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