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26일 새벽 노동관계법 등에 대한 기습처리 작전을 24일
오후부터 구체화하기 시작, 25일 낮12시 총무단회의에서 최종적으로 "D데이
H아워"를 결정하고 25일 밤부터 26일 새벽에 걸쳐 소속의원들에게 "극비리"에
통보했다는 후문.

24일 오후 열린 의총에서는 소속의원들에게 "25일 오후부터는 직접 전화를
받을수 있는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이날 오후9시 서청원
총무와 강삼재 총장 이상득 정책위의장 신경식 정무장관 등 당4역이 모여
"26일 새벽처리"라는 기본구도를 정했다는 것.

이어 25일 낮12시 여의도 63빌딩 일식부에서 가진 총무단회의에서 "26일
새벽6시 처리"라는 최종 시간을 확정한뒤 철통보안속에 소속의원들에 대한
연락을 시작.

통보는 서총무의 지시로 25일 밤9시께부터 하순봉 수석부총무를 비롯 총무단
이 각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게 연락하고 다시 이를 상임위원별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26일 새벽1시께 일단 완료.

이어 새벽5시35분께부터 하순봉 수석부총무가 국민회의 남궁진 수석부총무와
자민련 이정무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단독처리방침"을 통보.

소속의원들은 새벽5시30분께 시내 4곳에서 집결, 총무단에서 준비한 버스와
승용차 등을 타고 5시50분께 국회에 도착했고 오세응 부의장은 분당 자택근처
모호텔에서 잠을 잔후 집에 잠시 들렀다가 동료의원들과 함께 버스편으로
국회에 도착.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신한국당의 기습적인 단독처리를 "의정쿠데타"
"1당독재" 등으로 규정하고 "원천무효화" 투쟁을 벌일 것임을 다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의 기습처리 사실이 알려지자 간부회의와 총재단
회의 등을 열고 정권퇴진운동 장외규탄집회개최 점거농성 등 강력한 대여
투쟁을 펴나가기로 결정.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와 자민련 이정무 총무는 "국회법 72조에는 본회의
개의시간을 앞당길 경우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토록 되어 있는데
신한국당은 이를 생략,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

국민회의 이해찬 정책위 의장은 "안기부법이야 야당이 원천봉쇄를 선언한
만큼 여당의 기습처리에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관계법의 경우 26일
법안을 상정해 심의할것을 여러차례 제의했는데도 여당이 이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의정쿠데타""라고 비난.

자민련 이총무는 "노동관계법은 무척 예민한 사안이므로 여야 협의를 요구
했다"며 "향후 일어날수 있는 파업 등 모든 사회적 혼란은 전적으로 여당의
책임"이라고 주장.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자유당도 말기에 무술경위를 국가보안법을 동원,
날치기 처리하다가 결국 멸망한 것처럼 신한국당도 오늘 기쁨의 축배가
멀잖아 멸망의 독배임을 알게될 것"이라고 격렬히 비난.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도 "오늘 신한국당이 자행한 폭거는 곧 국민적 저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역사에 의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

<>.신한국당 총무단은 새벽 기습처리가 철저한 보안유지와 함께 당소속
의원들이 행동통일을 통해 이루어진데 대해 몹시 고무된 모습.

서청원 총무는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당 소속의원들의 협조로 주요
법안이 통과돼 대단히 만족한다"며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에 대한 소속의원
들의 견해가 일치됐다는 인식을 보여줬다"고 자평.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1백55명 전원이 짧은 시간에 행동통일을 하는데
총무단이 수고했다는 찬사가 나오자 하순봉 수석부총무는 "서총무의 탁월한
지휘력에 기인한 것"이라며 공을 돌리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

하부총무는 "법안처리가 끝난 만큼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에 대한 홍보자료
를 만들어 소속의원들의 귀향활동에 활용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