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문화의 선진국 프랑스가 요즘 한국 미술을 극진히 예우하고 있다.

지난 10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미술견본시장 피악(FIAC)은 96년을
''한국미술의 해''로 정하고 우리 미술을 집중 소개한다.

프랑스 정부가 예술문화 부문에서 공로가 큰 세계 각국의 인사에게 주는
예술문학훈장 1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를 한국의 호암미술관광 홍라희
여사에게 수여했다.

브리지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이 훈장수여식 축사에서 "이번 FIAC이 96년을
''한국의 해''로 정한 이유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경제인, 예술가, 미술시장의
중요성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국가의 미술의 지위는 미술의 질보다는 국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국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술뿐 아니라 문학상 평화상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브리지 문화부장관의 말은 한국의 국력과 지위가 크게 성장하였고
그 성장에 비례하여 한국 미술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바깥 세계의 그러한 평가에 병행하여 국내에서도 국민적 자존심과
주체성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술이름까지 순수한 우리식의 ''김삿갓'' ''참나무통 맑은 소주'' ''청산리
벽계수''로 한다든가, 백화점의 마네킹도 서구적 용모에서 두상이 크고
검은 직모에 황색피부인 한국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과 지도층이 합심하여 어려움을 딛고 열심히 일해서
이만큼 나라를 키웠다.

지금 우리 경제력은 세계 12위다.

그만 하면 ''경제강대국''이다.

그러나 우리 미술인들은 과연 강화된 국력과 국민의 주체성, 국제적
평가에 걸맞는 긍지를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는가.

직수입된 유행을 쫓아 시류에 편승하는 부화뇌동을 청산하고 우리 자신의
작품을 해야 한다.

추상보다는 구상, 서양화보다는 한국화가 더 한국적이다.

우리것에 충실할때 한국 미술은 자생력이 회복하고 정체성이 확립되어
''경제강대국''에 걸맞는 ''문화선진국''이 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