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부도로 경매에 부쳐진 경우 다른 채권에 앞서 변제받을 수 있는
임금채권도 근로자가 경매가 끝나기 전에 배당요구를 해야만 변제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 (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25일 권기종씨 등 전제일세라믹
직원 64명이 성업공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지난 7월 대법원이 민사소송법 (강제집행부문) 개정작업에
착수, 경매 및 배당과정에서 모든 채권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주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한 채권자를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이후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도가 난 제일세라믹의 경매절차가 지난 94년
3월3일 끝나고 다음달 13일 배당요구를 한 각 채권자에게 배당이 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경매종료전까지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원고들이 새삼 근로기준법상임금채권 우선변제청구권을 들어 경락대금중
최종 3개월분 임금과 퇴직금을 먼저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지난 93년3월 제일세라믹이 부도가 나 경매에 부쳐졌으나
경매종료일인 다음해 3월3일까지 배당요구를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퇴직금을합한 1억8천여만원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