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개정안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극한 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안팎에서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개정안 등의 국회처리 D데이를 26일께로
잡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25일 성탄절을 맞아 일시 휴전에
들어갔던 여야는 이날 오후부터 지도부를 중심으로 각각 강행처리와 실력
저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경계수위를 점차 높이기 시작했다.

신한국당은 25일 두 법안의 강행처리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태세를 갖추며
구체적인 세부계획까지 모두 마련한뒤 전소속의원에 대기령을 발동했다.

신한국당은 지난 24일 노동관계법에 대한 당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을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수한국회의장은 언론발표문까지 내가며 환경노동위에 노동관계법 심사
기일을 통보, 26일부터 언제든지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해 뒀다.

신한국당이 잡은 D데이는 26일과 27일 양일중 하나라는 설이 나돌고 있으나
26일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이번주내 처리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한만큼 26일 처리에 모든 힘을 집중
시키되 여의치 않을 경우 강행처리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하루정도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전략노출을 꺼려 구체적인 강행처리방법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국회법에 따른 경호권발동,제3의 장소 기습처리 등 비상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김의장이 환경노동위에 노동관계법 심사기일을 통보한
것은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을 한데 묶어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려는
신한국당의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판단, 26일 본회의를 실력저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리했다.

두 야당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합동의총을 열어 실력저지방침을 재확인
한뒤 <>의장직권상정유보요청 <>의장실 부의장실 본회의장 등 저지조투입
<>저지실패시 대국민홍보 등 단계별 행동에 돌입키로 했다.

특히 야당은 임시국회직전 종적을 감춘 오세응부의장이 "날치기" 주역을
맡을 것으로 보고 부의장저지조를 대폭 보강하는 한편 무기명비밀투표를
요구, 처리절차를 까다롭게 함으로써 저지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야당은 이밖에 안기부개정안의 국회정보위처리과정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시각아래 사법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여권은 실력행사로 법안이 처리될 경우 대규모로 조직화된 노동계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시발로 사회전체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최악
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도 방송관계법 등 대선관련 제도개선분야에서 여권으로부터 양보를
추가로 얻어내기 어렵게 되거나 사회혼란으로 과거 대선에서 야당에 불리
하게 작용했던 안정희구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따라 여야가 모두 격돌직전에 극적으로 막후협상을 통해 타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일부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절충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