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609)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105)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정은 지방에 볼일이 있어 출장길에 오르고, 집안에 남은 왕부인과
보채, 이환 들은 보옥과 가란이 과거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시험 기간이 다 끝났는데도 보옥과 가란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왕부인은 하인들을 보옥과 가란이 묵었던 시험장 근방의 하숙집으로
보내어 사정을 알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하인들도 한나절이 다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왕부인이 집사들을 보내보았다.
근데 집사들도 밤이 이슥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하인과 집사들이 보옥과 가란을 찾느라고 자어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밤중이 되어 영국부 대문으로 한 사람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들어섰다.
왕부인들이 달려가 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가란 혼자만 돌아온 것이 아닌가.
"보옥이는 어디 있어?"
왕부인이 급히 물었다.
"잃어버렸어요"
가란이 왈칵 울음을 터뜨렷다.
"잃어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왕부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채는 임신을 하여 불러오기 시작하는 배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환은 아들 가란이 무사히 돌아와서 일단 안심이 되었지만, 보옥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나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촌과 꼭 붙어다녀야 한다는 할머님의 분부를 명심하고 하숙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도 같이 갔지요.
그런데 과거 시험장에서 삼촌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답안을 쓰고는
훌쩍 시험장을 나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가란이 변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래 그때 헤어져 못 만났다는 거야?"
"아니에요.
그때 헤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답안을 다 쓰고 시험장을 나가니 삼촌이 시험장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시험장을 떠나 용문을 나서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인파에 떠밀리다가 그만 삼촌을 잃어버렸어요.
방금 전까지 제 옆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어디로 가버렸는지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었어요.
하숙집으로 돌아가 찾아보아도 없고, 장안 구석구석을 뒤져보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하인들과 집사들을 만났는데 삼촌이 집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인들과 집사들은 아직도 삼촌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저는 혹시나 하고 집으로 와본 거지요"
가란은 이제 울먹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
보채, 이환 들은 보옥과 가란이 과거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시험 기간이 다 끝났는데도 보옥과 가란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왕부인은 하인들을 보옥과 가란이 묵었던 시험장 근방의 하숙집으로
보내어 사정을 알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하인들도 한나절이 다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왕부인이 집사들을 보내보았다.
근데 집사들도 밤이 이슥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하인과 집사들이 보옥과 가란을 찾느라고 자어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밤중이 되어 영국부 대문으로 한 사람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들어섰다.
왕부인들이 달려가 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가란 혼자만 돌아온 것이 아닌가.
"보옥이는 어디 있어?"
왕부인이 급히 물었다.
"잃어버렸어요"
가란이 왈칵 울음을 터뜨렷다.
"잃어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왕부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채는 임신을 하여 불러오기 시작하는 배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환은 아들 가란이 무사히 돌아와서 일단 안심이 되었지만, 보옥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나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촌과 꼭 붙어다녀야 한다는 할머님의 분부를 명심하고 하숙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도 같이 갔지요.
그런데 과거 시험장에서 삼촌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답안을 쓰고는
훌쩍 시험장을 나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가란이 변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래 그때 헤어져 못 만났다는 거야?"
"아니에요.
그때 헤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답안을 다 쓰고 시험장을 나가니 삼촌이 시험장 바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시험장을 떠나 용문을 나서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인파에 떠밀리다가 그만 삼촌을 잃어버렸어요.
방금 전까지 제 옆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어디로 가버렸는지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었어요.
하숙집으로 돌아가 찾아보아도 없고, 장안 구석구석을 뒤져보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하인들과 집사들을 만났는데 삼촌이 집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인들과 집사들은 아직도 삼촌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저는 혹시나 하고 집으로 와본 거지요"
가란은 이제 울먹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