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법및 노동관련법 개정안 처리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23일 시작된 임시국회는 여야간 정면대립으로 첫날부터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파행운영됨으로써 이들법안의 연내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신한국당은 야권이 계속 임시국회에 불응할 경우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연내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인데 반해 야권은 최각규강원도지사등의 자민련
집단탈당을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규정, 대여공세를 강화하면서 연내처리를
실력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정국은 급속히 냉각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들 법안중 특히 안기부법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연내
처리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홍구대표는 이날 고위및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안보태세를 보완하는
문제는 더이상 기다릴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만큼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
해야할 것"이라며 연내처리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한국당은 이와함께 노동법개정안의 경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여야합의 처리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야권이 이에 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안기부법개정안 강행처리에도 다소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은 이를위해 24일 오전 예정대로 국회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여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에 나서는 한편
환경노동위에 노동법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한 여야 절충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관련, 서청원총무는 "지금 야당의 공세적 태도로 볼때 바로 안기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일단 야당을 "달랜뒤" 처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신한국당은 또 오는26일로 예정됐던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의 청와대
만찬계획을 국회일정관계로 취소시켜 최소한 성탄절(25일)까지는 여야합의
처리에 주력할 뜻임을 비치고 있다.

이에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권은 이날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연내처리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회의장실과 본회의장 원천봉쇄등을 통해
실력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양당의원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안기부법의 국회 정보위처리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면서 "정부여당이 안기부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야당과 국민을 옭아매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노동법개정 역시 노사양측이 감내할수 있는 대안창출을 위해
국민적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며 "총력을 다해 입법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야권은 노동법개정안의 경우 연내강행은 저지하되 내년 1월21일까지로
돼있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중 여야3당의 공동안처리를 위한 협의에는 응할
뜻임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은 특히 최각규강원도지사와 강원지역 자민련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과 관련, 대여공조투쟁을 확대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면서 안기부법
등의 저지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를 계속 쟁점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국
은 쉽게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합동의총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최지사등의
탈당은 여권의 정치공작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양당연대를 통한
입법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특히 김종필총재는 이날 집단탈당과 관련, "신한국당은 자민련을 1차적으로
부수고 2차적으로 야권을 부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야권은 절단
나고 내년 선거는 하나마나가 될것"이라며 여권에 강력히 맞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여야3당총무들은 임시국회의 파행운영이 예상됨에 따라 이날 잇달아
회동, 임시국회 운영과 의사일정등을 협의했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이날 열린 환경노동위에서도 신한국당 소속의원들은 노동법개정안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소속의원들이 잇따른 의사진행발언으로 회의
진행을 지체시켜 회의가 정상운영되지 못했다.

환경노동위소속 야당의원들은 이날 24일로 예정된 공청회에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은 이같은 강경대응 움직임과 함께 신한국당이 본회의를 단독
으로 열어 안기부법개정안을 강행처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할 경우 이번
임시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등 민생법안처리에 협조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절충결과가 주목된다.

< 문희수.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