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가 거듭나고 있다.

이창호 구단은 지난 18일 LG배기왕전 준결승에서 중국의 마샤오춘 구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한데 이어 이달들어 국내기전에서도 승승장구,
천원전과 국기전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1개월여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이구단은 11월들어 부진을 면치못했다.

타이틀전서 4연패를 당하는 등 5승5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같은 부진은 이창호가 타이틀 사냥에 나선이래 처음보는 것이었다.

이구단은 올들어 세계기전 5관왕 달성과 함께 총상금 6억여원을 챙기며
상금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더욱 성숙된 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대회에서 라이벌 유창혁에게 두차례의 패배로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4월 응씨배 8강전에서 유구단에 패해 세계 타이틀 전관왕의 꿈이
좌절된데 이어 10월말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도 또다시 유구단의 덫에 걸려
상금 10억원 돌파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강태공" 이창호도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구단은 11월들어 연패를 당하는 등 슬럼프 조짐을 보였다.

11월초 국수전에서 스승 조훈현에 2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 국기전 천원전
등 타이틀전에서 조훈현과 양재호에게 패배를 거듭했다.

내리막 길이 있으면 오르막 길도 있는 법.

이구단은 이달들어 심기일전, 각종 타이틀전에서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천원전 국기전 등 최종5번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2개기전 타이틀을 방어해
9관왕에 올랐다.

또한 기성전에서는 최명훈에 2연승을 거둬 타이틀방어를 눈앞에 두고
있고 국수전에서도 2연승을 거둬 종합전적 2승2패로 조훈현 구단과 결전을
앞두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것일까.

1달여에 걸친 슬럼프를 이겨내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창호 구단.

신산이라 불리는 이구단의 보다 성숙한 바둑을 기대해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창호 구단이 지난해에 이어 최우수기사에 선정되는 등 96 바둑문화상
4개부문 수상자가 결정됐다.

20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수상자 결정투표에서 이창호 구단은 바둑기자단과
관전필자로 구성된 투표인단 투표에서 8표를 얻어 유창혁 구단을 2표차로
제치고 최우수 기사로 선정됐다.

이구단은 지난 91년과 95년에 이어 3번째로 최우수 기사로 뽑혔다.

수훈상에는 응씨배를 우승하고 삼성증권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유창혁
구단이 압도적인 지지로 선정됐다.

감투상은 최명훈 오단이 차지했다.

최오단은 국내기전에서 비4인방중에선 처음으로 여러 도전권을 확보했고
특히 명인전에서는 이창호 구단에 2승3패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으로
올렸다.

한편 신예기사상은 저단진승률 1위 (80.9%)를 기록한 목진석 오단이
차지했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