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 앙금을 남긴채 폐회
됨에 따라 앞으로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국당은 오는 23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두가지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
다는 입장이나 야권, 특히 국민회의는 1월에 임시국회를 열되 법안처리에는
결코 동의할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신한국당은 19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안
"연내"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신한국당은 두가지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될수 있도록 야당과의
협상을 계속하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연내에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한국당은 이날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소속의원 전원의 이름
으로 제출하는 한편 노동관계법 관련 공청회의 세부계획을 준비하는 등 최악
의 경우 단독 국회소집을 위한 수순에 착수했다.

서청원 총무는 "오는 23일부터 약 20일간의 회기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
이라며 "야당이 1월 임시국회를 굳이 고집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서총무는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지킨다는 방침아래
야당측과 꾸준히 타협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해 야당측과 조만간 본격적인
절충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안기부법 개정불가와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1월
임시국회 처리"라는 기본입장에 따라 여당의 연말 임시국회 소집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이에 따라 여야 총무접촉이 이루어지면 임시국회 의사일정협의에
응하지 않고 자민련과 의원총회 등을 통해 여당의 임시국회 소집에 따른 대책
을 논의키로 했다.

또 여당이 연말 임시국회를 단독소집,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을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의사일정을 원천봉쇄할 방침을 세우고 소속의원들에게
공.사적인 외유활동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특히 여당측의 기습적인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김수한 국회의장과 오세응
부의장 등 여당측 의장단의 소재를 면밀히 파악, 언제든 저지할수 있는 태세
를 갖추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노동관계법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1월초부터라도 국회 환경노동위
에 상정, 심의에 착수한뒤 1월 중순 임시국회를 열어 여야 공동안을 마련해
합의처리 하자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신한국당측에 전달했다.

자민련은 19일 김종필 총재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신한국당의 연말 임시
국회 소집에 응할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특히 여당이 노동관계법 처리
를 강행할 경우 이를 실력저지키로 했다.

또 안기부법 개정에 대해서는 비록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당론을 결정해
놓았지만 연말 임시국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여당이 이를 강행처리할
경우 실력저지는 피하되 표결에는 참가할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자민련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하순 임시국회를 소집, 시간을 갖고 안기부법
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신한국당측에 재차 촉구했다.

따라서 두 법안의 연내 처리여부는 앞으로 3당 총무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나 신한국당의 임시국회소집 자체에 야권이 워낙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기국회 마지막날 발생한 여야간 "강행돌파-실력저지"라는
양상이 또 한차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