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콘디트 대 해리 스톤사이퍼"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간의 "공중전"은 항공기제작업계의 거물인 콘디트
보잉회장과 스톤사이퍼 맥도널더글러스회장 사이의 밀고 당기는 상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미국항공기제작업계의 두 라이벌이 15일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동거생활을 시작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간의 세기적인 대합병을 성사시킨 주역인 두 사람
사이의 경영전쟁은 지난 94년9월 개시됐다.

당시 영업실적 부진으로 고민해온 맥도널더글러스의 대주주들은
비맥도널가출신의 전문경영인인 스톤사이퍼를 CEO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때가 보잉에선 지난 92년도에 사장직에 취임했던 필립 콘디트가 주주들
의 신임을 얻어 사실상 CEO역할을 하려고 했었던 시기였다.

스톤사이퍼는 회장취임이후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경영으로 맥도널더글러스
의 군수산업및 민간항공기 영업을 예전보다 더 사나운 공격형으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라이벌인 보잉과의 수주경쟁이 한층더 치열해졌다.

그러나 항공기설계전문 엔지니어출신인 콘디트가 이끄는 보잉의 시장
점유율은 확대돼 갔다.

이 와중에서도 콘디트와 스톤사이퍼는 이전투구를 청산하고 규모의 경제를
맛보자며 은밀하게 합병협상을 추진하고 또 결렬되는 몇차례의 파도를 함께
넘어왔다.

마침내 합병된 새 보잉의 회장에 콘디트, 사장엔 스톤사이퍼로 동침을
선언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경영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