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이 바른경제동인회 2대 회장에 추대돼 18일 서울
하얏트호텔 로터스룸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조순 초대회장이 서울시장으로 옮겨가면서 1년여동안 공석중이던 회장직에
김총장이 추대된 것이다.

바른경제동인회는 기업윤리와 건전한 노사관계의 확립, 공정한 경제질서의
구축을 목표로 지난 93년 출범한 민간단체로 연구진을 제외한 100여 회원
모두가 기업인들로 구성돼 있다.

국내 경제질서 정립과 기업윤리의 확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바른
경제동인회를 맡은 김회장을 만나 경제 사회의 발전방안을 들어봤다.

[ 만난사람 = 문병환 산업2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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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경제동인회의 회장을 맡게된 소감은.

"몇년전 정경유착이나 불공정 거래를 추방하자는 취지에서 바른경제
동인회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그직후 동인회에서 동참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법인의 이사로 참여했지요.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경제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대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업의 체질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미력하나마
기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막상 회장을 맡고보니 이 일이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 경제와 기업이 비정상적이란 얘기인가요.

"문민정부 들어 개혁을 추진해왔음에도 우리 경제 사회에는 아직 비정상이
정상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 행정 등에 대한 각종 부정한 로비와 뒷거래 등 부패구조가 풍토화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요.

그것은 정신적 심리적 제도적 물질적 하부구조가 비정상 상태로 뿌리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산업 개별기업 조직구성원 모두가 정상적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자세여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 한국경제와 기업이 정상화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우선 경제질서를 바로 잡아 공정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은 경영혁신을 통해 "특권이익"이 아닌 창조적 이윤을 창출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도경영만이 국가와 기업을 살찌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해나가야 합니까.

"경제 주체와 조직구성원 모두가 절박한 심정에서 변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국내 경제가 구조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고 밖으로는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중심으로 국제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통일문제는 한층 현실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방도 적도 없는 경제전쟁의 시대에 홀로서기를 해야한다는 민족적 과제
앞에 우리 모두가 연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를 위해선 정치 법조 언론 종교 등 그 어떤 세력도 기교를 부려선
안되고 원리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결국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적 정치적 리엔지니어링, 생각과 가치의
리엔지니어링이 긴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어떤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
주시지요.

"그린라운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자원 에너지 쓰레기 공해 등을 많이
쓰거나 배출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산업도 하드웨어 위주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잖아요.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벤처기업가적 정신이 기업에
항존해야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처럼 모험 창조 혁신에 힘쓰는 도전적인
기업만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지요.

아울러 기업은 사회공동체적 이념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바른경제동인회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져있지 않는데요.

"우리 동인회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아래 규모와
업종을 초월한 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점이 여타 단체와 다른 점이지요.

가령 전경련과 기협중앙회는 규모에 따라 구분되고 각종 협회 조합 등은
업종 별로 이익을 추구합니다.

이에비해 동인회는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익조직입니다.

이같은 취지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합니다"

-동인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일개 단체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예가 있습니다.

바른경제동인회가 발족된지 2개월됐을 무렵 독일 베를린에서 트렌스페런시
인터내셔널이라고 하는 단체가 발족됐습니다.

월드뱅크에서 일하던 피터 아이겐이 만든 것인데 이들은 "후진국 경제
발전을 망치는 것은 부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제거래에 있어서
투명성을 주장했지요.

윤리적인 행동강령을 만들고 부패상황을 모니터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고착화된 부패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수행한 사업으로 중남미 에콰도르에서 6억달러규모의 파이프
라인공사 입찰이 있었는데, 이들은 이 사업에서 윤리강령과 반부패강령에
서명한 기업에 한해 입찰자격을 주어 정치자금을 배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국제적으로 윤리라운드를 채택하는데까지 와있지요.

우리나라도 이제 OECD에 가입하게돼 반윤리 기업이 해외에서 영업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반윤리기업의 입찰에 제한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동인회도 독일의 트렌스페런시처럼 기업 정화를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봅니다.

내년중 동인회내에 기업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려 합니다"

-동인회의 위상도 높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는데..

"정도경영을 하는 기업이 여러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을때 그들을 돕는
일이 바로 위상을 높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대안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대학 총장으로서의 근황은 어떠하신지요.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세운 대학교인 만큼 서울 시민사회 및 시정의
복지와 발전, 특히 도시과학 측면의 연구를 중점 수행하는 편입니다.

서울과 주변도시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한 도전은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추어 시립대는 내년부터 도시과학대학을 설립합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전공들이 도시연구 중심의 특성화를 향해 수렴될
전망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실질적이면서도 절박한 문제들은 당장 하루의 끼니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문명과 삶의 방향성에 관한 고민이라고 하겠습니다.

도시과학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서울시가 거대도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문제도 적지 않는데요.

"그렇습니다.

1890년대에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세계에 아홉군데 뿐이었으나
1980년대 초에는 230군데로 늘어났습니다.

90년대 중반 현재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는 10여개에 이르며
21세기 초반에 들어서면 20~30개로 늘어날 것이 예상됩니다.

현재의 거대도시중 도쿄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개발도상국
또는 경제 중위권 국가의 도시입니다.

서울 베이징 부에노스아이레스 카이로 멕시코시티 사웅파울루 상하이 등이
이들이지요.

앞으로 새로 나타날 거대도시화의 다이내미즘 또한 이러한 개도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개도국의 도시화와 거대도시화는 특히 국가내의 고른 지역발전을
저해합니다.

산업화와 고용창출의 혜택은 소수 대도시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입니다.

일부 개도국의 도시화는 그속도에 버금가는 산업화의 혜택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져 적지않은 도시 실업문제를 유발시키고 있지요.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도 이단계에 와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현대문명이 이끌어온 진보와 팽창우선의 철학 전반에 대해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기치아래 물질적 확대재생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