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박찬종 고문이 최근 자신의 경제철학을 담은 "박찬종의 신국부론-
경제의 틀을 새로 짜 21세기를 열자"을 출간한데 이어 16일에는 증권사 객장
을 방문하는 등 경제통 이미지 가꾸기에 분주하다.

박고문은 이날 서울 명동 삼성증권 객장을 찾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20여년전 주식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서두로 꺼내면서 자신의 경제관을
집중 피력했다.

박고문은 "경제학 교과서상의 화폐수량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공급
위주 금융정책에서 수요위주 금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어낼만한 주장을 펴며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박고문은 이어 주식얘기를 뒤로 하고 특유의 연설스타일로 정부의 경제정책
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직무유기다"...

박고문은 외환시세가 폭등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정부는 결연한
의지가 없다며 정부를 공격해댔다.

박고문은 "어제밤(15일)에는 과천종합청사의 당직실로 가볼까 하는 생각
까지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정부부처를 불시에 순시하는 모양새를 연상
시키기도 했다.

박고문은 노동관계법 개정을 놓고 신한국당내의 불협화음을 겨냥한듯 "외국
같으면 이런 정도로 의견이 엇갈릴때는 국민투표를 해서 가닥을 잡는다"고
우회적으로 당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고문이 지난달말 구로공단 남대문시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산컨테이너
부두 등을 방문한데 이어 이날 증권사 객장을 찾은 것은 내년 대선에서 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로 등장할 것에 대비, 실물경제분야 민초들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의 폭을 넓히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