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이동근외과의원 원장>

치질중 가장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치열이다.

치열은 항문이 외상을 입어 항문주위 피부나 점막상피가 떨어져 배변시
인근 신경과 괄약근이 노출되고 변에 의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통증은 없으나 변을 볼때마다 출혈하는 경우가 있고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하루종일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상처가 초기에 아물지 않으면 점점 만성화된다.

상처부위의 염증과 통증으로 노출된 신경이 자극되면 괄약근이 수축
경련하고 항문에 미치는 압력이 높아져 상처는 더욱 깊게 찢어진다.

항문의 탄력성은 매우 놀라운 인체의 신비 가운데 하나다.

항문이 닫혀있을 때는 공기조차 통과할수 없고 배변할때는 점막이 늘어나
커다란 대변이 지나갈수 있을 정도로 넓어진다.

항문점막은 닫혀 있을때에 비해 약100배 이상 늘어날수 있는 고탄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항문점막과 괄약근의 기능은 매우 섬세해 작은 염증이나 상처에 의해
깨어질수 있으며 바로 이를 치열이라 정의할수 있다.

치열은 심한 변비가 원인이 돼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괄약근이 강해 항문에 미치는 압력이 높아져 상처가 과도하게 눌리고
상처조직으로 가는 혈액공급이 줄때도 치열이 생긴다.

항문에 상처가 나면 자연치유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상처에 염증이 생기거나 변비가 지속되면 자연치유되지 않는다.

초기의 급성치열은 변비를 없애는 완하제를 사용해 괄약근이 이완되게
하고 하루4회정도 5분씩 섭씨40도의 뜨거운 물에 항문을 담그는 좌욕을
하며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연고나 좌약을 바름으로써 쉽게
낫는다.

그러나 치료효과가 없고 증상이 한달이상 지속되어 치열이 만성화되면
약물치료로는 안되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내괄약근을 절개해 항문의 압력을 떨어뜨려 상처에 미치는 압력을
줄이고 상처로 더많은 혈액이 가게해 상처를 치유케하는 것으로 대개의
경우 치료효과가 크다.

하지만 극심한 경우 상처를 절개한후 정상항문조직을 떼내 상처부위에
덮어주는 항문성형수술이 필요하다.

이수술은 장기간의 입원이 필요하고 통증이 심하며 수술자에 따라
치료효과에 대한 개인차가 크다.

치열은 심한 통증과 출혈을 일으켜 직장암이 아닌가 걱정하게 만들지만
조기치료하면 완치하기 쉬운 질환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