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내에 취해 넘어진 가을
생전에 꽃 한송이 바치지 못하고
홀연히 떠나간 그날 눈물만 드렸네
마지막 벗어 놓은 주름살 한 켤레
댓돌 위에서 졸던 햇살 깨어나
꽃가마 타고 오던 길 열어 줄까
길 떠나온 이승 두리번거리네
할말 못하고 엉겁결에 떠나온 곳
행여 뉘 올까 눈 한 번 닫지 않고
영혼의 집 봉창에 기대 선 어머니.

시집 ''수탉에게 묻고 싶다''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