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도시 납세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세무당국이 기준싯가로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경우 세액이 실지 거래가액에 의한 양도차익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최근 수년간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싯가는 정부의 지가 현실화 방침에 따라 계속
올라 실제 양도차익이 없는데도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던 납세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돈희대법관)는 13일 김일한씨(성남시 분당구
정자동)가 서울 개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준싯가로 양도차익을 산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헌법상의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상 기준싯가에 의해
산출한 세액이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양도차익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의 경우 실지양도차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소득세법은 자산을 양도한 경우 납세신고를 하고 실지거래가액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실지의 양도 및 취득가액에 의해 양도차익을
산정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준싯가로 양도차익을
산정하도록 돼 있다.

그동안 부동산이 경매 등을 통해 넘어갈 경우 양도자가 납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세무당국은 실지양도차익의 발생여부에 상관없이 기준
싯가로 양도차익을 계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왔다.

원고 김씨는 지난 91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아파트를 6억8천만원에
취득했다가 사업에 실패, 이듬해 12월 아파트가 4억8천만원에 경매처분돼
실지양도차익이 없었는데도 납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무서가
기준싯가로 양도차익을 계산해 8천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