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3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총파업을 12일 자정 전격 유보한데
대해 "전술적 후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권영길 민노총위원장은 13일 이와 관련, "국회법을 어기지 않고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법을 개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뒤 "여러가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파업을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의원들까지 노동법 개정을 반대함에 따라 연내
법개정이 불확실해져 먼저 무모한 "자충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기 전에 좀더 명분을 쌓으려는 속셈도
작용했다.

민노총의 시한부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단위사업장에서는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경제가 어려운데 총파업을 벌이면 여론이 등돌리지 않겠느냐는 비판적
견해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나름대로 명분을 쌓아보자는 의도에서
총파업을 유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노총은 노동현장의 투쟁열기가 뜨겁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장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노총 지도부는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이 12일 총파업 방침을 신중한
사안으로 결정해달라고 건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보 결정을 내렸다.

물론 민노총이 총파업 방침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엔 16일이든 17일이든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게 민노총의 입장이다.

민노총은 13일 단위사업장별로 중식집회를 갖고 정부의 노동법 개정방침을
규탄했고 16일부터는 비상체제에 돌입키로 했다.

게다가 한국노총도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어 산업현장의 긴장감은 아직도
팽팽하다.

노총은 오는 16일 1시간 1차 총파업, 19일 3시간 2차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노총은 13일 박인상위원장이 사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00여개 단위노조별로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