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8월 국무회의등 관계장관회의를 위해 27여억원을 들여 마련한
화상회의시스템이 단 한번도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12일 "총리및 장관들의 사무실에 설치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올해말까지 폐기시키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작년초 당시 이홍구국무총리가 경상현정보통신부장관에게
지시, 광화문 제1청사와 과천 제2청사 그리고 독립청사들을 고속전용회선으로
연결해 장관들이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도 국무회의등을 열수 있도록 한 것.

당시에는 과천이나 독립청사에 있는 장관들의 교통정체로 인한 시간소비와
불편함을 크게 덜어 줄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보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줘 상당한 홍보효과도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국가의 중대사를 컴퓨터로 논의할수 없다는 선입견과 회의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할수 없다는 지적등으로 장관들이 사용을 꺼리면서 이 첨단시설
은 곧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정부가 이 시스템을 폐기 또는 전용키로 결정한 또 다른 이유는 내년부터
한국통신에 연간 3억9천여만원에 이르는 임차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시설에 이같은 막대한
돈을 계속 쓸수 없어 조기에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총리실은 국무위원 방에 설치된 시스템을 각 청사의 회의실로 옮기고
고속전용회선의 용량을 줄이면 연간 사용비용을 5천여만원으로 줄일수 있을
것으로 보고 화상회의시스템을 실.국장회의에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그러나 화상회의 시스템을 폐기하든 실.국장회의에 사용하든 정부가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국민의 혈세 27억원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84년에도 6억원을 들여 광화문제1청사와 과천제2청사를 잇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개통시켰으나 한번도 사용안하고 폐기했었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