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는 올해 세계적 연주자의 내한 공연 붐속에 국내에서는 몇몇
스타급 아티스트만이 명맥을 유지함으로써 "외화내빈"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한쪽에서는 "세계가 한무대"인 현실에 대한 대안 모색이
이뤄졌다.

국내 연주자들이 주제가 있는 공연으로 눈길을 끌거나 청소년을 위한
해설음악회를 연 것은 그 대표적인 예.

클래식쪽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공연은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빈필하모닉오키스트러 내한 공연이다.

주빈 메타와 빈필, 그리고 천재소녀 장영주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8,000명 (2회 공연)이 몰렸다.

1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과 런던심포니 (협연 백혜선)의
내한 공연에는 2,600명의 청중이 입장,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샤를르 뒤투아와 파리국립오케스트라 (4월), 볼프강 자발리쉬와
미국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러시아내셔널오케스트라,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와 베를린 도이치심포니 (이상 5월), 리카르도 무티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장한나 협연, 9월) 등 세계적 교향악단이
잇따라 내한, 음악팬들을 흥분시켰다.

우리음악가의 공연중에는 정명훈씨의 환경음악회 (4월)와 백건우씨의
"메시앙작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초연 (9월, 명동성당)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환경음악회는 무용 (안무 육완순)과 음악을 결합해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각광 받았으며, 백씨의 연주는
곡의 성격에 맞게 장소를 달리했을때 일반 공연장보다 더 큰 효과를 낼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금난새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조성진과 함께하는 오페라산책"
"강성애와 함께하는 변주곡이야기" "하성호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팝과
클래식의 여행" 등의 해설음악회는 방학중에 마련돼 청소년들을 불러
모았다.

한편 서울예술기획, 미추홀 등 공연기획사와 실내악단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은 10주년을 맞아 우리 음악계가 성숙기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줬다.

또 공연장 안에 어린이휴게실 (예술의전당.정동극장)을 만들거나,
연중 무휴 전화상담 (예술의전당)을 실시하는 등 공연장의 관객 서비스도
늘어났다.

한편 국악계에서는 10월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이 개관되고 외국민속
음악과의 교류행사가 풍성하게 벌어진 가운데 스타급 국악인들의 무대가
유례없는 호황을 보임으로써 국악의 대중화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세계피리축제 (11월), 원장현과 아시아음악 (9월) 등 외국 민속음악과의
활발한 교류, 명창 안숙선씨와 사물놀이 김덕수씨가 함께 펼친 "공감"의
성공은 국악 대중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대표적인 행사.

그런가하면 3년간에 걸친 국악협회 분쟁은 보궐선거를 통해 이성림
이사장이 재선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대중음악쪽에서는 스팅, 허비 행콕,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엘자 등 유명
외국가수들의 내한 공연붐이 어느 해보다도 거세게 일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역시 마이클 잭슨.

10월에 펼쳐진 잭슨의 무대는 티켓판매수입만 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이 예상보다 미온적이고 별다른 불상사도 생기지
않아 앞으로는 "해외 팝스타 공연에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도 낳았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