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석유를 국제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유가추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엔으로부터 수출시기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면서 하루 약 70만배럴의
이라크산 석유가 늦어도 12일이면 국제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산 석유가 빠듯한 수급상황에 허덕이는 국제석유시장에
다소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라크산물량이 석유시장에 미칠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최근 배럴당 23~24달러선에 머물고 있는 유가(브렌드유기준)의 낙폭이
1달러내외밖에 안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압둘라 알 바드리 신임 OPEC의장은 "이라크가 석유시장에 복귀하더라도
석유시장에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시기가 "12월중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12월은 동절기 특수가 왕성해지면서 수요가 연중 최고에 달하는 시점이다.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사는 수요가 정점에 이른 때에 이라크가 물량을
내놓기 때문에 석유시장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재개는 유엔이 지난 5월 원칙적으로 허용한 후 세부절차
의 미타결로 미뤄져 오다가 이상적인 시점에 시작케 됐다는 것이 대다수
석유공급자들의 입장이다.

라카드 전OPEC의장은 "수요가 강세이고 재고는 낮은 수준임을 고려할때
이라크물량은 조만간 시장에 흡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라크산석유가 출하되면 유가하락세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존 리트블라우 석유산업연구재단회장이 대표자다.

그는 "유가가 앞으로 1달러정도 하락, OPEC바스켓유종 가격 목표치인
배럴당 21달러가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은행도 이라크석유수출이 본격화되면 1달러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도 유가는 올해 평균유가추정치(20달러)보다 낮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견해에 따르면 내년도 대OPEC석유수요는 올해보다
30만배럴 늘어난 2천6백30만배럴로 추정되지만 이라크가 가세하면 30만~
40만배럴의 공급초과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유가는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락폭 1달러선은 이라크석유수출이 당초 예정대로 지난 여름께
시작됐을 경우 낙폭이 3달러에 달했을 것이라는 전망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치다.

석유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무게를 더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라크 원유대금 어디에 쓰나 >>>

이라크는 앞으로 6개월간 20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수출해 얻은 대금으로
무엇을 할까.

이라크는 걸프전쟁희생자에 대한 배상금을 제외한 약 13억2천달러를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발전설비 및 교육부문시설확충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분배안에 따르면 생필품구입비는 이라크몫의
66%를 차지하는 8억7천만달러로 책정됐다.

이중 식량구입비로 8억5백만달러, 세제구입비로 6천5백만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의약품 및 의료용품구입비로는 2억1천만달러가 할애됐다.

현재 이라크내 약품생산은 중단된 상태이며 의료장비중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2억4천만달러는 상하수도설비와 전력시설, 낡은 학교건물 등의
보수비로 투입될 예정이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